“이준석 파이팅!” “법정 안에서는 정숙해 주세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 남성은 이 전 대표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고, 중년 여성 한 명은 팔을 쭉 뻗어 이 전 대표와 악수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에 앉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황정수)는 17일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비대위 구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진행했다.
시작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이 전 대표가 출석한다는 소식에 지지자들은 한 시간 전부터 선착순인 방청권을 얻기 위해 법정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일반 방청객 자리는 18석으로 제한돼 많은 이들이 법정 밖에서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이 전 대표를 비판해온 가로세로연구소 등 유튜버들이 한때 그에게 고성을 지르기도 했으나, 지지자들은 이미 법원으로 들어가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심문에선 자동응답시스템(ARS) 표결과 국민의힘이 정말 비상상태에 놓였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먼저 양측은 주 비대위원장 임명을 가결한 전국위원회의 ARS 표결 방식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맞붙었다. 이 전 대표 측은 ARS 방식은 정족수 확인이 불가능하고,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전국위 의결 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가 대표직에 있을 때도 ARS를 썼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가 손을 들고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ARS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집합금지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도 집합금지가 해제된 뒤 ARS 방식을 사용했고, 전국위가 열린 9일에도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했다”고 재차 맞섰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지도 논쟁 대상이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대위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최고위 기능은 상실되지 않았다”며 비대위 구성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들이 사퇴해도 보궐선거로 충원하면 된다는 논리다. 반면 국민의힘 대리인은 “최고위원 사퇴와 관계없이 당대표가 궐위에 준하는 상황에 놓였던 만큼, 비상상황 요건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심문을 마친 이 전 대표는 법정 밖으로 나와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심문을 지켜본 지지자 김모(29)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속이 너무 좁은 것 같다. 가처분은 당연히 인용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취재진에게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 해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사법부의 적극 개입으로 잘못이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문 결과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신중히 판단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