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인 우리 집은 방학 때마다 아이들의 점심식사를 챙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인생이 늘 그렇듯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생긴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터지면, 다른 부모에게 부탁을 하거나 부모 중 한 명이 휴가를 내서 해결했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 발생한 두 차례의 점심 공백사태 때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주었다. 한 번은 어른의 신용카드로 집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게 했고, 또 다른 날은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까지 했다. 아이들 스스로 해결 방식을 선택했고, 그리고 해낸 것이다. 부모와 아이 모두 난생처음 시도한 해결책이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잘 해냈다.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아이에게는 부모가 재단한 것보다 더 큰 능력과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이는 태어나 자라면서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난다. 혼자 밥을 떠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혼자 옷도 입어야 하며 혼자 씻는 것까지 인간의 일생은 부모의 손길에서 벗어나 자립해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학령기가 시작되면서 아이에게 중요한 자립심의 성장은 정체기가 시작된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 능력을 부모가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스스로 해도 되고 할 수도 있으며 하기를 원하는 일을 생각보다 오랫동안 대행하거나 하지 못하게 한다. 아이가 조금 힘들어한다고 배우던 것을 금방 그만두게 하거나, 아이가 직접 하는 모습이 답답하다며 어른이 대신해주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아이가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얻지 못한 채 자란다면 결국 큰 독이 되어 돌아온다. 자립심이 없이 자란 성인들은 책임감과 도전 정신을 배우지 못했기에 시련을 이겨내어 성취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의 자립심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 아이에게 직접 선택하고 도전할 기회를 자주 준다. 두 번째, 아이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세 번째, 실수가 있더라도 인정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네 번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가르쳐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부모 의지도 중요하다.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다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방임 또는 방치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독려하는 것은 절대 부모로서의 무책임이 아니다.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주는 것은 오히려 좋은 부모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성장하는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 줄 기회를 놓쳐 버린다면 아이는 부모 품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날지 못하는 새가 될 것이다. '헬리콥터 부모' 같은 오명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과 배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결코 아이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새로운 배움과 도전에는 누구에게나 용기와 인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모는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내 아이는 부모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혹시 우리 아이가 스스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기회를 빼앗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 점검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