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마이크로소프트(MS)·테슬라·구글 등 대형 기술기업(빅테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기존 인력과 신규 채용 규모를 줄여 글로벌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이다.
아이폰 제조업체인 애플은 지난주 채용 담당자 100명을 해고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 이들은 애플의 직원 채용을 담당하는 계약직 직원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감원은 애플에서 채용 둔화가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애플의 이번 해고는 이례적이지만, 앞서 MS와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일찌감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MS는 지난달 각 사업 부문에 걸쳐 전체 직원의 1% 미만을 감축했다. MS의 해고 조치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6월 기준 MS 직원 수가 18만1,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MS는 "이는 전략적 재정비에 따른 것으로, 우리는 모든 기업처럼 정기적으로 사업을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MS는 신규채용에 앞서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부 방침도 내렸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최근 캘리포니아 본사의 시설관리업체와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청소 담당 등 350명 이상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이와 함께 엔지니어 채용 목표치도 1만명에서 6,000∼7,000명으로 줄였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직원 10% 감축을 공언한 상태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미국 경제에 대해 "느낌이 몹시 나쁘다"면서 직원을 약 10%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2분기에만 1만명을 채용한 구글은 앞으로 신규 채용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전체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생산성과 집중력 향상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4월 8.3%에서 5월 8.6%, 6월 9.1%로 급등했다. 6월의 상승폭은 1981년 11월 이후 최대폭이다. 7월 CPI는 8.5%로 상승폭이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데 이어 9월 인상도 열어두고 있다.
경기 전망 지수로 평가받는 전 세계 반도체 판매액은 낮아지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세계 반도체 판매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3% 늘었지만, 5월 증가율(18.0%)보다 한층 낮아졌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이후 최장기간(6개월) 둔화세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에서 아주 잘 기능하고 있는 영역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면서 경기 침체 전망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