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뭄으로 두 쪽 난 기후, 극한 변화 대비해야

입력
2022.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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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심화하며 전 세계가 홍수와 가뭄으로 두 쪽이 나고 있다. 최근 호주, 중국 등에서는 기록적인 홍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그 시각 유럽은 심각한 가뭄으로 고통을 받았다. 미국도 동부는 기록적인 강우가, 남부는 폭염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가뭄으로 충남 서부와 강원 속초 지역이 큰 어려움을 겪었고, 2020년은 54일 동안의 최장 장마가 발생하여 대규모 홍수 피해를 남겼다. 특히 올해 남부지역에는 예년 대비 57.2% 수준의 부족한 강수량으로 심각한 가뭄이 찾아왔지만, 수도권은 452㎜ 이상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이러한 양극단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우리의 물관리 역량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이에 필자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다목적댐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다. 홍수와 가뭄 대응에 있어 댐과 수자원시설을 종합하여 지혜롭게 운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체 수자원 개발 등을 통해 수원을 다변화하고 댐, 저수지 등 수원 간 연계를 통해 대규모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댐-하천 통합관리를 통해 홍수 시 탄력적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역관리 기반의 도시 홍수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도시 홍수는 저지대를 포함한 내수배제 불량과 하천범람 등 내외수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단순히 도시 내 하수관을 정비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유역 전반의 물순환 과정을 고려하여 댐 등의 저류시설과 하천, 도시 내 하수관 및 배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디지털 트윈,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여 실시간 상황 감시와 정밀한 분석·예측이 가능한 의사결정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국민과의 소통 강화다. 홍수와 가뭄은 결국 삶과 현장의 문제다. 물관리 역량을 높이는 일과 함께, 한정된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절약하는 개인의 노력도 요구된다. 국민과 현장이 중심이 되어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의 체계적 제공과 다양한 의견수렴을 전담하는 전문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물관리 역량을 높여 나간다면 극한 변화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전문기관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기후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서일원 서울대 교수·(사)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