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명세서를 제공할 의무가 생긴 지 약 9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위반해도 실제 처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 직원 등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직장갑질119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금명세서 작성 및 지급 의무 위반 사건은 854건이었으며, 이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는 단 5건(0.6%)에 불과했다. 대부분 접수 건은 개선지도(378건, 44.2%)와 기타 종결(381건, 44.6%)로 마무리됐다.
근로기준법 제48조 2항과 제116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몰렸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올해 6월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7.4%였다. 그러나 이 비율은 비정규직(30.8%)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48.1%), 월 150만 원 미만 임금 소득자(35.1%)에게서는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일터 내 약자로 분류될수록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임금명세서뿐 아니라 근로계약서 작성과 관련한 위반 사건도 많았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근로계약서 작성 위반 사건은 고용부에 5만1,481건이 신고됐는데,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기타 종결'로 전체의 51.9%였다. 다만 근로계약서 작성 위반과 관련해서 기소된 건도 34.4%로 많았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자가 어렵게 사용자의 행위를 신고해도, 사용자가 그제야 시정만 하면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법 집행의 실태"라며 "노동법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