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호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둘로 갈라졌던 북태평양고기압이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한 이동을 시작해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 특히 13일 밤부터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청북부에는 강한 비가 오는 곳도 있어 앞선 폭우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토요일인 13일 오전 충남서부와 전라서부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 9시쯤부터는 중부지방까지 비구름대가 확장될 전망이다. 이 비는 14일 밤까지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틀간 수도권·강원영서·충청북부의 예상 강수량은 30~80㎜다. 수도권에는 120㎜ 이상 내리는 곳도 있겠다. 충청남부·경북북부 내륙은 20~60㎜, 그 밖의 지역에서는 5~30㎜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비는 태풍 메아리에 의해 둘로 쪼개진 북태평양고기압이 하나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내린다. 메아리는 태풍으로 발달하기 전인 열대저압부 시절 한반도 남서쪽에 버티고 있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을 둘로 찢으면서 일본 쪽으로 북상했다. 즉 북태평양고기압이 분리된 아열대고기압과 결합하기 위해 남서쪽으로 뻗어나가면서 13일 새벽부터 우리나라에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것이다. 이 공기가 현재 한반도 위를 덮고 있는 한랭건조한 고기압과 충돌해 기압골이 만들어져 비가 내리게 된다.
13일 전남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되는 비는 오후 3시쯤 한반도 서쪽지역으로 확대된다. 오후 9시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며 기압골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오게 된다. 천둥·번개,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수도 있다.
비는 14일 오후 늦게 세력을 완연히 회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북쪽으로 밀어내면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세가 거셀 경우 한반도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많아져 강수량이 늘고 강수 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14일 밤 그치는 비는 16일쯤 다시 내릴 전망이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랭건조한 기단이 만든 정체전선이 16일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체전선 남하 속도에 따라 강수량이 좌우될 텐데, 강수량이 많더라도 앞선 집중호우처럼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점차 남하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최근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큰비가 내려 지반 약화가 일어난 지역이 많은 만큼 주의를 당부했다. 박 예보분석관은 "지반 약화로 산사태와 옹벽·축대 붕괴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고, 수위가 상승한 하천이 추가로 범람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경북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자 환경부는 이날 낙동강 8개 보 수문을 열고 방류량을 초당 1,200톤까지 늘렸다. 강우 상황에 따라 방류량은 초당 2,300~3,400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 환경부는 보 개방으로 유속이 빨라지면 예년보다 5.5배 많은 남조류가 발생한 낙동강 유역 녹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