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광복군이 인도와 미얀마 전선에서 일본군에 맞서 작전을 수행했다는 영국군 공식 자료가 발굴됐다. 일본군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금지된 음반 등을 사용한 심리전을 펼쳤다는 구체적인 기록이 담겼다. 광복군이 인도·미얀마 전선에 참전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영국군의 공식 기록을 통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국가보훈처는 12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영국 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공작대) 관련 자료를 최초로 발굴해 일부 공개했다. '인면'은 인도와 미얀마를 뜻하는 것으로, 공작대는 한국광복군의 소속 부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1943년 8월부터 해방 직전인 1945년 7월까지 2년 동안 인도·미얀마 전선에서 연합국인 영국과 공동작전을 펼치며 대일항전을 펼친 유일한 부대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공작대 소속부대, 작전지역, 선전활동, 공작대 부(副)대장 문응국 지사의 활약 및 이에 대한 영국 측 평가 등 총 8종 400여 쪽 분량이다. 그간 공작대의 활약은 증언과 유족이 소장한 일부 자료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번에 영국군의 공식 기록이 발굴되면서 독립운동사 연구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공작대는 영국 특수작전집행부 산하 인도전구선전대(IFBU)에 소속되어 활약했다. 영국군 문건은 "IFBU의 선전 방송 프로그램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공작대 선전요원에 의해 마련돼 당시 일본서 금지된 레코드들을 방송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끝없는 전쟁에 지친 일본군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선전전으로 일본군의 전의를 낮추려는 목적이었다. 당시 영국군 17사단 사령관이 문 지사의 활약 및 성공적 임무수행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문 지사의 증언이 역사적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다.
김희곤 임시정부기념관 관장은 "영국군의 공식기록을 통해 공작대의 활약상을 확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한국·영국의 공동항전, 연합작전 사실이 증명됐다"고 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이 연합국과의 연대와 공동 투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문건 일부 공개에 이어 전체 수집자료에 대한 번역 및 분석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