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진 8일 오후 2시 50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지하 1층 델리 코너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다양한 연령대로 보이는 30여 명이 치킨 판매 시작을 애타게 기다렸다.
최근 홈플러스가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6,99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이 큰 인기를 끌자, 4일부터는 당당치킨 두 마리를 합쳐 9,990원에 파는 파격 할인 행사를 벌였다. 홈플러스 회원 1명당 1팩씩 40명 한정이라 눈치 싸움도 펼쳐졌다. 현장서 만난 60대 여성은 "배달 치킨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낸다"며 "두 마리에 만 원도 안되는 가격이니 더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눈 깜짝할 새 치킨은 주인을 찾아갔고, 7분 만에 38팩이 팔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늘은 비 때문에 그나마 손님이 적은 것"이라며 "오전 10시 매장 오픈과 동시에 팔리는 당당치킨은 3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6월 30일~8월 7일까지 30만 마리의 당당치킨(프라이드, 양념)을 팔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델리치킨 전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나 늘었다. 5월부터 BBQ의 대표 프라이드치킨 메뉴인 황금올리브가 2만 원까지 오른 상황에서 약 3분의 1 가격의 '가성비 치킨'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홈플러스의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는 치킨 프랜차이즈(10호)보다 작은 국내산 7호, 8호 닭을 썼을 뿐, 프랜차이즈 치킨과 같은 국내산 냉장 계육에 브랜드 기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재료를 대량 매입하고 각 점포에서 직접 조리를 했기 때문에 가격은 낮추면서도 마진을 남겼다는 것이다.
당당치킨의 성공은 2010년 롯데마트가 치킨 한 마리를 5,000원에 팔았던 '통큰치킨'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의 공격을 받으며 일주일 만에 행사를 접어야 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는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하나로 당당치킨이 나왔다"며 "가격과 맛을 다 잡아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신제품도 곧 나온다"고 말했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먹거리만 깐깐하게 고르는 것이 아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오모(36)씨는 "예전에는 공산품을 각기 다른 브랜드에서 샀는데 요즘에는 생수, 휴지, A4용지, 샴푸와 같은 소모품은 무조건 쿠팡의 PB 브랜드인 '탐사'에서 몰아 산다"며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의 경우처럼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직접 계약을 맺어 유통 구조를 단순화한 PB(Private Brand) 상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이마트는 PB상품인 노브랜드 25개 상품을 일반 상품과 비교한 결과 평균 46%가 저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1조1,800억 원을 기록한 노브랜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30%) 인하 대상에 가공 계육까지 포함하자, 노브랜드는 닭꼬치 10만 개를 2,000원 할인해 파는 등 PB브랜드를 활용한 최저가 마케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편 편의점에도 2,000원대 도시락의 인기가 높다. 4월 CU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2,900원 도시락 2종(청양 어묵 덮밥, 소시지 김치 덮밥)을 내놓았다.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평균 가격이 4,500원인 데다 올해 학교 구내 식당의 가장 저렴한 식단도 3,000원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CU를 운영하는 BGF 관계자는 "2,900원 도시락은 출시 초기 대비 지난달 매출은 21% 증가했고, 특히 학생들이 많은 학원가와 대학가에서 매출은 38%나 늘었다"며 "4개월 동안 CU의 도시락 매출 1, 2위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