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3인가구 "전세 이자 대책회의 열다 커피값에 화들짝"'에서 계속
'얼마를 쓰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 자체가 비용 통제에 도움이 된다'지만, 몸에 박힌 습관을 하루 만에 고치는 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특히 '1인 2역'을 해내야 하는 워킹맘에게 커피를 하루 한 잔으로 줄이는 건 고역이었다.
검색창에 '푼돈 재테크'를 입력한 건 긴축 재정을 실행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티끌 모아 티끌'만이 통용되는 줄 알았는데, '계획을 잘 세우면 동산쯤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마트한 짠돌·순이들의 소비 비법을 들어 보았다.
서울에서 교육업체를 운영하는 이모(35)씨는 4월부터 월 1회 '쿠폰 다운받는 날'을 정했다.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요식업체 앱에서 매달 지급하는 할인 쿠폰 중 쓰임새가 많은 것을 선정해 스마트폰 앨범의 '쿠폰' 폴더에 저장하는 것이다. 이씨는 "쿠폰이 많으면 다 써야 이득일 것 같다는 강박이 들어서 오히려 소비량이 늘어난다"며 "다운받는 쿠폰 갯수를 5개 미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식비가 극적으로 준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포만감'이 든다고 했다. 같은 양의 돈을 쓰더라도 좋아하는 음식을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쿠폰 한 장 허투루 날리지 말자'고 다짐했던 건 고정지출이 수입의 60%에 육박하면서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챙겨야 하는 사람도 늘고, 미래를 위해 연금·보험도 들어야 하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뛰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고 털어놨다.(관련기사 '"임금 늘었지만 쓸 돈이 없어요"... 고물가에 '찐 월급' 뒷걸음질')
절약법으로 '푼돈'에 주목하게 된 것은 올해 1월 서울시가 제공하는 무료 청년 재테크 상담을 받은 이후다. 그는 "포인트를 더 쌓기 위해 내 소비 패턴에 맞는 신용카드로 교체했다"며 "해당 월의 카드 실적이 충분하면 페이백을 받을 수 있는 '페이'류로 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 창원시의 회사원 김모(35)씨는 일찌감치 카드 포인트에 눈을 떴다. 그 덕분에 고유가 시대에 유럽 여행을 가는 본의 아닌 횡재를 누렸다. 그는 5년 전부터 이용 실적만큼 항공사 마일리지가 쌓이는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이후 대부분의 항공편을 마일리지로만 발급받고 있다. 두 달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때도 7만 마일리지로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권을 끊었다.
김씨는 "같은 물건을 사도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내돈 100% 쓰기보다 공부해서 할인받아야 하는 시대"라고 조언했다.
김씨가 언급한 제로페이 등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이미 대중화한 절약법이다. 비정기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상품권을 7~10%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 할인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시장뿐 아니라 유명 프랜차이즈, 자녀 학원까지 가맹점 범위가 넓은 데다 비대면 결제에 연말정산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서울 어느 지역에서나 7%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광역)은 지난달 1차(14일) 판매 때는 1시간 10분만에, 오전·오후로 나눠 판매했던 2차(28일) 땐 평균 30분 만에 완판됐다. 상품권이 '풀리는' 날이면 각 지역 커뮤니티에 "비행기 모드를 켰다 꺼보라"는 꿀팁이나 "아직 구매 가능하다"는 정보글이 줄을 잇는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알뜰족 직장인에게도 꽤 쏠쏠하다. 직장이 서울 중구에 있는 최모(45)씨는 점심 밥값을 아끼기 위해 거주지가 아닌 중구의 지역화폐를 샀다. 최씨는 "연차가 쌓일 수록 밥을 사야 하는 후배가 들어나 살짝 부담이 됐는데 지역화폐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약을 넘어 아예 푼돈을 모으는 고수도 있다. 그들의 비법은 '앱테크'. 앱으로 각종 설문 조사에 참여하거나, '일찍 일어나기', '1만 보 걷기' 같은 도전 과제(챌린지)를 수행하거나, 특정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앱을 새로 깔아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인천에서 시간제 사무직원으로 일하는 이지연(40)씨는 지난달 앱테크로만 41만 원 넘게 벌었다. 부업에 준하는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 결과다. 이씨는 "기상 후 오후 2시 출근 전까지 집안일을 하며 틈틈이, 퇴근 후에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앱테크를 했다"고 하루 일과를 전했다.
앱테크를 하지 않는 시간엔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 방문하거나, '손가락 품'을 팔아 신규 앱테크 정보들을 검색했다. 그 결과 이씨가 한 달간 참여한 앱테크 횟수만 77회, 총 수익은 41만7,920원에 달한다.
배우자,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이씨가 앱테크에 뛰어들게 된 것 역시 물가 부담 때문이다. 그는 "예전엔 콩나물 1,000원어치를 사면 봉지가 가득찼는데, 지금은 2,000원어치를 사야 가족이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양가 부모 모두 지병이 있어서 의료비 지출도 부담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다만 이씨는 모든 일에는 명암이 공존한다며 "앱테크를 하면 할수록 집착하게 되고 휴대폰 사용량도 과하게 늘었다"고 입문자들에게 경고했다. 그는 현재 "앱테크를 그만둘지, 제한된 시간에만 할지 고민 중"이다.
이달 중순 첫 출산을 앞두고 난생처음 100만 원 단위의 지출을 경험하고 있다는 경기 수원시 김모(33)씨도 지난 6개월간 '미라클모닝(오전 5시 기상)', '책 읽기', '홈트(영상 보며 운동하기)' 등 각종 챌린지에 참여해 2만4,000원을 벌었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앱테크보다 일명 '짠테크'라 불리는 무작정 아끼기에 주력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앱테크에 '올인'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김씨는 "배달비 4,000~6,000원이 우연히 눈에 띈 이후 배달 음식을 주 1회로 제한했더니 주 4만~5만 원이 절약됐다"고 소개했다. 또 "주 3회 정도 부부가 산책하면서 근처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 음료 두 잔씩 마셨는데 이젠 한 잔만 테이크아웃해 온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모(36)씨도 최근 커피값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채워 출근하고 있다. 회사 탕비실에 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녹여 '아이스 아메리카노인 셈' 치고 마시고 있단다.
'짠테크는 의지의 문제라 쉽지가 않을 것 같다'고 푸념 섞인 질문을 던지자, 신씨는 "그럴 때마다 금리 인상 안내 문자를 보면 된다"고 답했다. 그 역시 출산으로 씀씀이가 커진 탓에 지난해 8월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는데 금리가 1년 만에 2.42%에서 4.95%로 인상됐다고 했다. 월 20만 원이던 이자는 이달 41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