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의 초승달과 오각별

입력
2022.08.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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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모리타니 국기


이슬람교는 종교적 상징이 없는 종교다. 유일신 알라 이외의 모든 것을 우상으로 여겨 예언자 무함마드도 자신을 기리는 조형물이나 그림을 남기지 못하도록 유언했다. 불교나 기독교와 달리 이슬람 성원에 그 어떤 성인의 도상화도 없는 까닭이 그것이다.

무슬림이 신성의 상징으로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걸 굳이 들자면 초승달과 오각별이 있다. 초승달은 그믐밤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시작으로 유일신을 상징하고, 초승달과 함께 초저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샛별, 즉 오각별은 이슬람교의 5대 계율인 신앙고백(샤하다) 기도(살라) 금식(라마단) 희사(자카트) 성지순례(하지)의 약속을 의미한다. 물론 쿠란의 어디에도 두 상징을 명문화한 구절은 없지만, 다수의 무슬람 국가가 ‘월성기(月星旗)’라 불리는 옛 오스만 제국의 상징을 공유한다.

아프리카 무슬림 국가 모리타니아(공식 국명 모리타니 이슬람공화국)도 식민지 종주국 프랑스로부터 자치령 지위를 획득한 1959년 제정헌법으로 월성기를 국기로 채택했다. 무슬림의 색으로도 알려진 초원의 녹색 바탕에 십자군전쟁 아랍의 영웅 살라딘의 독수리 색에서 차용한 노란색 초승달과 별을 배치한 깃발이다.

서사하라 사막에 면한 모리타니는 전통적으로 농업과 어업, 영세 목축업에 의존한 가난한 국가였다. 1960년 독립 후 철광석과 구리 등 천연자원과 유전이 잇달아 발견됐지만, 잦은 군부 쿠데타와 정쟁으로 소수 권력자를 뺀 국민 대다수도 국가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81년 세계에서 가장 늦게 노예제를 공식 폐지했지만, 아직도 상류층 무어인(아랍인과 베르베르인 혼혈)들을 위해 일하는 흑인 노예가 전체 인구(약 350만 명)의 최대 20%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난맥의 국가를 지탱하는 게 국교인 이슬람교다. 2017년 8월 15일 군부 출신의 당시 대통령 모하메드 오울드 압델 아지즈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기 도안에 아래 위 붉은 띠를 보탠 새 국기를 채택했다. 영토를 지키느라 국민이 흘린 피의 상징이라고 한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