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비판하는 기사를 머리기사로 실었다. 일관된 투자기준을 제공하지 못하는 ESG를 버리고 가장 중요한 환경(E)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경제전문지에서 이런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환경과 경제를 따로 분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에서 국경조정세(CBAM)가 도입되고 플라스틱 사용을 제약하는 국제협정이 가시화되는 걸 보면 탄소중립과 친환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국제경제 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전환기에 정부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구조 전환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 패키지로 기업이 탈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새 정부의 국정 어젠다로 규제혁신을 설정한 만큼, 환경규제도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고 환경책임을 비용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환경규제는 기업 활동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9년 환경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신설·강화된 환경규제 중 민간 혁신을 유도하는 시장유인적 규제(5%)와 성과 규제(14%) 비중은 매우 낮다. 가습기 살균제, 구미 불산사고 등 환경사고가 발생하면서 환경규제가 단기간에 신설·강화되는 경우가 있다. 규제 영향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도입된 규제는 결국 현실 정합성이 떨어져 기업의 부담만 키우면서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환경규제가 기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선진국 사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국 교통안전청은 자율주행차 개발의 원칙만 설정하여 준수토록 하고, 세부 기준은 기업이 결정하도록 했다. 세부사항을 통제하지 않되, 정책목표·기준은 명확히 제시하는 성과기반(performance-based) 규제를 적용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규제정책 전망’도 건강·안전·환경 등 규제목표 달성을 위해 결과 중심의 유연한 규제로 전환하라고 권고한다. 기술혁신을 활용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 등의 규제실험을 도입하여 '규제 후 잊어버리는'(regulate and forget) 규제에서 '적응하고 배우는'(adapt and learn) 규제로 전환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규제혁신은 규제완화와 동의어가 아니라, 결과 중심의 좋은 방법론으로의 전환이다. 일각에서 환경부가 규제혁신에 나서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환경규제 혁신도 환경정책의 ‘후퇴’가 아닌, 좋은 방법론을 통해 세련되고 더 나은 품질의 환경규제로 ‘업그레이드’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