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전날 오후 윤 대통령이 대학로 연극을 관람하고 뒤풀이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진까지 SNS에 공개된 상황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그는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외교안보는 의회가 초당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라면서 "국방비 등 예산에 있어서도 의회의 힘이 막강하며, 한미동맹에도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회의 대표인 하원 의장은 미국 국가의전 서열로는 부통령에 이어 3위인데, 워싱턴 권력에서는 사실상 2인자"라면서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란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하원의장에 대한 대응을 국회의장이 우선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대통령실 측 설명에도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격을 따지지 않고 이들을 만났다. 한미동맹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윤 대통령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대만을 방문하고 온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을 피했다는 관측에 대해선 "한미동맹을 강조했던 새 정부 초반부터 오락가락 외교는 우리 국가이익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국민의힘 경기지사 선거 후보자 경선에 나섰다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업은 김은혜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한 후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정치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9일 대구에서 진행한 북콘서트에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을 향해 비판을 가하면서 정치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