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이들은 압도적 기술력을 무기로 내세워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신기술을 소개했다. 플래시 메모리 서밋은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플래시 메모리 업계 콘퍼런스로,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서버 업체들도 참석해 기술 트렌드를 공유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행사에서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컴퓨터나 서버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나 모바일 기기의 저장 장치로 활용된다.
낸드 기술력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얼마나 많이 쌓느냐에 달렸다. 더 높게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238단 제품은 단수가 높아진 것은 물론, 세계 최소 사이즈로 만들어져 이전 세대인 176단 대비 생산성이 34% 개선됐다. 또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기가비트(Gb)로 이전 세대 대비 50% 빨라졌으며 에너지 사용량도 21% 줄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6단 낸드를 양산 중이며, 200단 이상 기술 개발은 마친 상황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232단 낸드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에 PC용 제품을 시작으로 이후 모바일용과 서버용 고용량 SSD로 제품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를 더욱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을 중점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메모리 시맨틱 SSD'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빅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활용하는 차세대 통신 방식인 'CXL' 기술을 적용해 빅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일반 SSD에 비해 읽기 속도와 응답 속도를 최대 20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SSD가 사용되는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점을 사전에 감지해 리스크를 방지해주는 기술인 '텔레메트리'도 소개했다. SSD 내부에 탑재된 낸드플래시, D램, 컨트롤러 등의 소자뿐 아니라 SSD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안정적인 서버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양사는 이럴 때일수록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9.5%, 휴대폰 수요는 7.1%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도 투자 계획을 늦추고 있다.
이에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급 균형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 폭이 3분기 8~13%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런 하락세는 4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당초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