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의료용 마약 관리...1명에게 펜타닐 243회 처방도

입력
2022.08.03 14:42
식약처, 마약류관리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12개 의료기관과 환자 16명 수사 의뢰

A의원은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환자 B씨 한 명에게 펜타닐 패치를 총 243회 처방했다. 이 처방전으로 B씨가 받아 간 패치는 무려 2,430매다. 펜타닐은 모르핀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 의료용 마약이다. 약물 위력이 모르핀을 정제한 헤로인의 50~100배에 달해 신체·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다. 의료기관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겪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하고 환자는 패치 1매를 3일(72시간)간 사용해야 한다. B씨는 산술적으로 20년간 써야 할 패치를 처방받은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지난해 빅데이터를 분석, A의원을 비롯해 의료기관 34곳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중 마약류 진통제 오남용 처방과 업무 목적 외 마약류를 취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 12곳, 환자 16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마약류 취급 내역을 지연 보고하거나 보고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 22곳은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수사 대상인 환자 가운데 C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월 동안 19개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옥시코돈(10㎎)을 총 222회(6,824정) 처방받아 투약하기도 했다. 옥시코돈도 펜타닐과 마찬가지로 오피오이드 계열의 의료용 마약이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료용 마약 처방시 환자의 투약 이력 조회 및 안전사용 기준 엄수를 의사회 등에 요청했다. △1회 처방 약물은 7일분 이내로 △추가 처방의 경우 가능한 한 1개월 이내로 △용량은 가장 낮은 양부터 △패치는 투여 간격 준수 등이다. 식약처는 "펜타닐 패치와 옥시코돈 사용시 환자가 알아야 할 주의 사항을 담은 안내서도 제작해 의료현장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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