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인민해방군이 4일부터 7일까지 훈련을 예고한 해역이 대만의 영해는 물론 '내수'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6년 '제3차 양안 위기' 때 중국 측의 훈련 영역보다도 대만 본토와 근접했으며,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포진된 것도 특징이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네이선 루서 연구원은 3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알린 훈련 지역을 검토한 결과, 대만의 영해는 물론 '내수'도 침범한다고 지적했다. 국제법상 내수란 직선기선(영해를 설정하기 앞서 육지에 가까운 최외곽 섬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 직선기선을 기점으로 12해리까지 영해를 선포하게 됨) 내부의 해역을 의미하는데, 항행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기본적으로 각국은 내수에서 영토와 동일한 권한을 지닌다.
앞서 신화통신은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각각 실시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해 시험 사격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국립대 도서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1996년 양안 위기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 영역과 비교하면 이번에 선포된 훈련 영역은 대만 본토와 더욱 가깝게 나타난다. 당시에도 1차례 훈련이 영해를 일부 침범해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총 3개 해역에서 영해를 넘어선 작전 반경이 설정됐다.
특히 대만 남서부 훈련 해역은 대만 본섬과 불과 9해리(약 16㎞), 대만 제2도시 가오슝과는 20㎞가량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다. 타이베이와 인접한 북부 훈련 해역 역시 해안과의 거리가 12해리(약 22㎞) 정도로 근접해 있다. 대만 동쪽의 먼 해역에서 훈련이 벌어지면서 훈련 해역이 대만을 포위하는 것처럼 포진된 것도 1996년 위기 당시와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3일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비롯한 정당 지도자, 중국·홍콩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접견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이날 오후 출국한다. 중국의 군사훈련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후에 시작되는 셈이다. 대만해협 일대는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4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훈련은 항행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인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대만 압박에 새로운 수단이 추가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앞으로 일정 기간은 평탄하지 않겠지만 양측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