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찰 인사번복... '국기문란'도 '인사쿠데타'도 아녔다

입력
2022.07.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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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치안정책관 개인의 전송 실수"
그간 경찰 질타해온 윤 정부 주장과는 상반
행안부 "경찰국 신설 필요성 보여주는 사건"
"파견된 경찰이라 문제라는 것 말 안 돼" 지적

'국기문란'도 '인사쿠데타'도 아니었다. 지난 6월 벌어진 초유의 경찰 치안감 인사번복 사태는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파견 간 치안정책관(경무관)의 단순 실수로 결론났다. 사건 직후 '항명'이나 다름없다며 경찰 조직을 강하게 질타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국무조정실 "치안정책관이 최종안 착각"

30일 경찰청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인사를 차질 없도록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A경무관이 대통령실과 최종안 확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A경무관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 요구했다. 경무관 이상의 경찰 고위직 징계는 인사혁신처 소관이다. 아울러 경찰청은 인사·홍보담당관(총경) 2명에 대해서도 각각 직권경고 처분을 내렸다. 징계사유에 이르지는 않지만 내부 협의를 성실히 하지 않아 언론 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경찰 인사는 경찰청이 치안정책관을 통해 제청안을 행안부로 전달하면, 행안부가 대통령실과 인사 내용을 조율한 뒤 다시 치안정책관을 통해 최종안을 경찰청으로 내려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A경무관이 경찰청의 제청안도 아니고, 최종안도 아닌 다른 버전을 경찰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A경무관이 왜 이런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경찰청은 고의성은 없어 경징계를 요구한 거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오후 7시 10분경 치안감 보직 인사안을 내부망에 공지한 뒤 언론에 배포했다가 약 2시간 뒤 7명의 보직이 바뀐 인사 명단을 수정 발표해 '인사 번복' 논란이 일었다.

왜 국기문란·인사쿠데타로 몰아붙였나

인사번복 사태는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왜 대통령과 장관이 사태 초기 경찰 조직이 큰 '항명'이라도 한 것처럼 몰아붙였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윤 대통령은 사건 이틀 뒤 "경찰청이 행안부로 자체 추천 인사를 보냈는데 그걸 그냥 보직(발표)해버린 것"이라며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격노했다. 이상민 장관도 언론인터뷰에서 "치안정책관은 잘못이 없다"며 "(경찰청이) 확인을 안 하고 그냥 공지해버려 문제가 생겼다"고 경찰청에 책임을 돌렸다. 대통령과 장관이 초기에 정확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경찰국 신설로 야기된 새 정부의 '경찰 장악' 프레임을 ‘인사쿠데타’로 전환하려는 의중이었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행안부 "파견 경찰 문제" VS 전문가들 "아전인수"

이번 사태를 경찰국 신설의 정당성과 결부시킨 행안부 주장이 무리수란 '뒷말'도 나온다.

행안부는 30일 경찰청 보도자료에 들어간 '장관의 지시를 받은 A경무관'이란 표현을 문제 삼아 별도 설명자료를 냈다. 이 자료를 통해 행안부는 "장관은 A경무관에게 인사안을 전달하지 않았다"며 장관이 경찰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어 "(실수를 한) A경무관은 행안부 소속이 아닌 파견된 경찰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A경무관에겐 잘못이 없다고 장관이 감쌌던 때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특히 행안부는 "행안부 내 경찰 인사제청을 지원하는 조직·인력이 없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이유로 경찰국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지나친 '아전인수격' 끼워맞추기라고 지적한다. 치안정책관실 근무 경험이 있는 전직 경찰 인사는 "치안정책관은 행안부 내 회의도 참석하고, 장관에게 업무보고도 한다"며 "정부 부처에 파견인력이 얼마나 많은데 그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경찰 인사에 밝은 한 전직 고위 관료도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이 있지만, 총리 산하에 이를 위한 인사국을 두지는 않는다"며 "인사 혼선을 방지하려 상시 조직이 필요하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박지영 기자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