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태기'에 빠졌다면… 홈트 영상 대신 운동 도전기 담은 웹툰

입력
2022.08.15 04:30
16면
<3> 유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야미 '나도 있어! 근육'
네온비·캐러멜 '다이어터'

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운태기(운동에 권태를 느끼는 시기)'가 왔다. 업무 때문에 퇴근 후에도 책과 만화를 읽어야 해서. 날이 너무 더우니까. 운동 강사와 일정이 안 맞아서. 핑계는 매일 다르다. 주간 운동 일정을 짜는 재미로 보던 유튜브 홈트레이닝 영상을 봐도 감흥이 없다. 이럴 때 운동 욕구를 자극한 건 웹툰이었다. 성장소설 주인공에 나를 대입하며 감동을 느끼듯, 운동 입문기를 보며 '나도 저렇게 즐거움을 느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코믹한 장면을 보는 재미에 운동·식이요법 등에 대한 정보는 덤이다.

숨쉬기 운동만 하던 그들의 성장기

대개 운동 웹툰은 운동 초보자가 주인공이다. 작가 유기가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네이버웹툰에 연재한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이하 진달래짐)의 주인공 역시 일명 숨쉬기 운동만 해본 직장인 '계나리'다. 이사한 옥탑방의 주인이자 헬스장 관장(진달래)과 전세금 문제로 얽히면서 3개월간 무료 개인강습(PT)을 받게 된 그가 운동에 진심을 다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슬로 버피 동작을 하다가 고통을 느낀 계나리가 '속았다'며 분노하는 장면 등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당황스러울 정도로 힘든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대목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야미(yami) 작가의 '나도 있어! 근육'(카카오웹툰)은 필라테스가 소재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한 작가 Y가 지도자 과정까지 밟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필라테스를 요가나 헬스 등과 비교해 설명하는 장면들은, 필라테스 무경험자의 흥미를 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스토리에 현실감이 있다. 그룹 수업에 처음 들어가기 전 '내가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 '수업 방해되는 거 아냐?' 등의 누구나 했을 법한 걱정들을 다룬 회차가 대표적이다.


'강사님 멘트는 다 똑같아' 공감 속 재미

운동 웹툰은 공감의 재미가 크다. '진달래짐'은 붓기가 빠지거나 소화가 잘된 경험, 몸무게가 아니라 사이즈가 줄어 옷 맵시가 살아난 일, 4층 계단 정도는 거뜬히 올라가게 된 변화 등 기분 좋은 운동 효과들을 세밀하게 담았다. 운동 자세를 설명하는 그림을 보며 자신의 자세를 곱씹어 보는 맛도 있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만화 속 강사의 대사를 보면 웃음도 난다. 가령 "척추 하나하나 바닥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키 커지는 느낌으로"와 같은 필라테스 강사의 멘트가 친근하다. 근력 운동을 많이 하면 다리가 굵어질까 봐 걱정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그 정도로 운동해서는 근육이 커지지 않는다"며 "근육이 만만하냐"고 혼내는 강사도 역시 현실과 닮았다.

특히 네온비(글)·캐러멜(그림) 작가의 '다이어터'는 운동 효과를 판타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약 10년 전 다음 만화속세상(현 카카오웹툰)에 연재됐던 이 웹툰은 다이어트를 하는 주인공(신수지)의 몸속을 '수지나라'로 형상화했다. 주인공이 운동을 하면 이곳 지방 캐릭터는 급물살에 휩쓸려 가고 근육 캐릭터들은 몸집이 커지는 식이다. 기득권이었던 지방 캐릭터들이 갈수록 권력을 잃어가는 코믹한 서사가 주 스토리 전개에 재미를 더한다.


운동도 철학… 웹툰으로 다잡는 결심

철학이 확실한 운동 웹툰은 독자에게 용기를 준다. 높은 목표, 엄격한 기준보다는 재밌게 꾸준히 하면 된다는 점을 주인공을 통해 끊임없이 얘기하면서다. 특히 '진달래짐'과 '다이어터'는 무리한 식이요법과 잘못된 다이어트 목표가 불러오는 문제들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들 웹툰은 재미없는 운동은 고문과 같다던 한 전문가의 조언도 떠오르게 한다. "운동은 중장기 프로젝트예요. 관건은 지속성인데, 재미가 없으면 안 되죠." (건강 콘텐츠업체 '피톨로지' 이소영 대표)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