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겐 정말 미국을 대체하려는 '대전략'이 있을까

입력
2022.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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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 도시 '롱  게임'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아시아 패권국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자리를 빼앗아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아시아 안보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 담당 국장으로 재직 중인 러쉬 도시가 ‘롱 게임’에서 펼친 주장이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스버리는 2015년 펴낸 ‘백년의 마라톤’에서 중국 공산당이 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 미국을 무너뜨리고 세계 패권을 장악한다는 장기 계획을 실천 중이라고 주장했다. 도시도 필스버리와 비슷한 관점을 보인다. 도시는 여기에 중국 공산당과 중앙 정부의 문서, 고위 관리들의 연설, 회고록, 유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전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기 위해 쓴 첫 번째 전략은 ‘약화시키기’(1989~2008)다. ‘몸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 기조로 미국과 직접적 경쟁을 피하면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조용히 약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구축’(2009~2016). 중국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아시아 지역 패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세 번째 전략은 앞선 전략들을 전 세계로 ‘확장’(2017~)하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가 완전히 실현되면 미군은 한국과 일본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또 미국의 지역 동맹은 끝나며 중국은 대만을 흡수하는 한편 지역 내에서 이웃 국가들에게 존중받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점친다. 중국의 대전략을 넘어설 미국의 대응책으로는 ‘달러 대 달러, 선박 대 선박’식이 아닌 비대칭적 전략을 강조한다. 중국의 약화시키기 전략 요소들을 모방해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헤게모니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도 말한다. 다분히 미국 중심적 시각이긴 하지만 저자의 분석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현재의 국제 질서와 중국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 내고 어떤 대응 전략을 짜야 할지 단서를 던져 준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