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다시 보기

입력
2022.07.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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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은 큰길에서 끝나지 않는다.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 있다. 바로 골목이다. ‘골’과 ‘목’이 합쳐진 ‘골목’은 18세기부터 문헌에 나타나 지금도 그대로 쓰이는 말이다. 골목을 걷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으니 지역에 따라 골목짝, 골무삭, 모캥이, 회춤 등 골목을 부르는 말도 다양하다.

골목이란 말에서 마냥 좋은 느낌만 나는 것은 아니다. 골목을 찍은 사진만 봐도 우선은 좁고 막다른 길,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길이 많다. 그렇지만 골목은 어둠이 시작되면서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과 함께 설렘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만남과 기다림이 있는 누군가는 ‘골목길 접어 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라고 했다. 골목은 겨우 한두 살 많은 아이가 자칭하는 골목대장을 따라 다니는 키 작은 아이들을 키워내는 곳이다. 손수레 하나 제대로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아도, 문을 열고 사는 이들은 모두 이웃이다. 열린 문틈으로 삶의 불편함도 서로 엿보며 온정이 쌓인 곳이다.

그 뒷골목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골목대장’, ‘골목식당’ 정도였던 말의 쓰임이 잦아졌다. 한옥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목은 ‘골목 상권’을 이룬다. 골목을 둘러보며 그 지역을 알아가는 ‘골목 투어’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골목으로 가장 널리 쓰이게 된 말은 뭐니 뭐니 해도 ‘먹자골목’이다. 음식점과 술집이 여럿 모여 있는 ‘먹자골목’, 카페들이 모여 이루어진 ‘카페골목’, 맛집들이 모여 있는 ‘맛집골목’ 등이 미슐랭 인증 못지않게 급부상했다. 예전부터 있던 가구골목, 인쇄골목, 하숙골목 등과 달리, ‘갈치조림골목, 냉면골목, 닭갈비골목, 찜갈비골목’ 등 특화된 이름으로 골목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람이 북적이는 길목에는 새로운 가게가 열린다. 차가 드나드는 곳은 나들목이라 하고, 많은 수가 좁은 곳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병목현상이라 한다. 사람의 목, 손목, 발목이 몸에서 중요한 곳인 것처럼 ‘목’이란 삶이 이어지는 한 사람의 걸음이 지나가는 중요한 통로이다. 건축 전문가인 유현준 교수는 골목을 ‘하늘이 열린 복도’라고 했다. 좁고 길게 나뉜 갈림길이 오히려 선택을 다양하게 하여 즐거움을 준다고 골목의 가치를 재해석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잠시 일상을 잊고자 떠난 ‘골목 여행’에서 타인의 일상을 통해 여행자의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본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