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도 올 상반기 역대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원자재 수급난 속에서도 레저용 차량(RV),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기아는 '2022년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8% 증가한 3조8,405억 원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기아의 역대 최대 상반기 영업이익이다. 상반기 매출액 역시 사상 최대치인 40조2,3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상승했다.
기아의 2분기 기준 경영실적은 분기 사상 최대치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2% 증가한 2조2,341억 원, 매출액의 경우 19.3% 오른 21조8,76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기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성과가 좋았다. 내수 판매는 22만2,5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신형 스포티지, EV6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일부 부품의 공급 부족에 따른 주요 차종 생산 차질 영향이 컸다. 반면 해외에선 러시아 권역 판매 중단에도, 북미·유럽·인도 시장 호조로 지난해 상반기(116만5,723대)와 비슷한 115만6,956대를 판매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141만9,488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가 줄었지만 기아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평균 판매 단가(ASP)' 상승이 있었다. 기아는 올 2분기 글로벌 ASP가 3,14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500만 원) 상승했다. 이는 세단 대비 가격이 높은 RV 판매 비중이 지난해 2분기 56.5%에서 1년 만에 65.4%로 9.9%포인트가량 증가한 덕분이다. 올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1,260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 총 5,090억 원 규모의 매출 증가 효과를 만들었다.
친환경차 판매 증대도 실적 성장에 도움이 컸다. 지난해 2분기 기준 9%에 불과했던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올 2분기 17.7%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전기차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5.8%로 급증했다. 미국 시장에서 EV6 판매가 좋은 흐름을 보이며 2분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3배 증가했고, 전기차 비중은 0.9%에서 5.5%배로 6배 이상 커졌다. 국내와 서유럽의 전기차 판매 비중도 9.9%, 12.5%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19년부터 지속해온 '제값 받기 노력'이 빛을 발했다"며 "인센티브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 영업소에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현재 역사상 가장 적다는 점을 언급하며 "(만약) 이런 부분이 원위치되면 지금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최근 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②국제 관계 불안정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③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 심리 위축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을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 개선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 상황이 2분기부터는 차츰 좋아지고 있으며,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수요도 늘어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적표는 전년과 비교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아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EV6의 생산량을 늘린다. 또 국내 시장에선 고성능 전기차 'EV6 GT', 미국에서 '텔루라이드'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등을 출시, 신차 효과를 노린다. 주 부사장은 "내년 상반기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을 5만~7만 달러(6,562만~9,186만 원) 수준에서 출시, 강력한 수익을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