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자인에 있다?...디자인 트랩

입력
2022.07.22 04:30
14면

우리는 왜 '좋아요'에 집착하고 가짜 뉴스에 쉽게 낚일까.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구독을 쉽게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지 부족이나 부주의, 실수가 아니라 치밀하게 디자인된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면? 새로운 플랫폼과 구독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눈과 뇌를 속여 실체를 왜곡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덫에 갇혀 버린 건 아닐까.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이자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전문가인 윤재영 교수는 사용자를 기만하는 디자인 꼼수를 덫에 비유해 '디자인 트랩'이라고 칭한다. 윤 교수는 저서 '디자인 트랩'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교묘한 함정들을 소개하고, 작동 원리와 설계 방식을 낱낱이 밝힌다.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고도로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르면 100%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와 함께.

저자는 구글과 애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실제로 사용 중인 여러 가지 마케팅 전략과 디자인 트랩 사례를 분석한다. 예컨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핵심 기능인 '좋아요'는 불확실성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하는 장치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사용자들은 언제 받을지 모르는 '좋아요'와 혹시나 놓쳤을지도 모르는 댓글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자신의 계정에 접속하게 된다.

저자는 부지불식간 당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 트랩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바로 '옳은 디자인'에 대한 자각이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에게 디자인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고, 사용자 역시 디자인 트랩을 사용하는 기업과 서비스에 면죄부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 "디자이너와 기업, 사용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옳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가능하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