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배운 '흥행 수표' 김태리 "역할에 한계 없다"

입력
2022.07.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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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1부로 스크린 돌아와

놀라운 기세다. 영화 ‘아가씨’(2016)로 대중 눈에 들더니 ‘1987’(2017)과 ‘리틀 포레스트’(2018), ‘승리호’(2021) 등 화제작을 잇달아 선보였다.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과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의 시청률은 고공비행이었다. 거침없어 보이는 배우 김태리가 20일 개봉하는 여름 화제작 ‘외계+인’ 1부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18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과 현대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도사와 신선이 등장하고 외계인과 로봇이 출몰한다. 사극과 SF를 혼합한 영화에서 김태리는 이안을 연기했다. 고려 말에 살고 있으나 현대와도 연결된 인물이다. 김태리는 “사극 말투로 연기해야 할지 현대적으로 말해야 할지 처음엔 난감했다”며 “최동훈 감독님이 대사를 편하게 구사하라 해서 요즘 유행어를 살짝 넣는 식으로 연기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과는 첫 인연이다.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너무나 함께하고 싶었던 분과 일할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오다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김태리는 “감독님은 장르를 잘 활용하는 분인데도 절대 장르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 해 함께 일하며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김태리는 ‘미스터 션샤인’ 연기를 위해 승마를,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출연하며 펜싱을 각각 배웠다. ‘외계+인’을 위해선 기계체조를 배우고 와이어액션을 소화했다. 매번 다른 인물로 변신하며 각각 다른 장기를 선보였다. 김태리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연기는 무궁무진하게 뭔가를 할 수 있다 확신했기에 선택한 길”이라며 “한계를 알았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계속 깨지고 부딪히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고도 말했다.

김태리가 출연작을 고르는 기준은 “좋은 대본이냐, 좋은 감독이냐”다.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요즘 들어선 진한 멜로물에 출연하고 싶어졌다.” 그는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시대의 불의에 맞선 여인 고애신을, ‘승리호’에선 체제 전복을 도모하는 장선장을 연기했다. ‘외계+인’의 이안은 인류가 처한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 김태리는 “제 얼굴이 강단 있고 정의롭게 생겨서 그런 인물들을 맡은 듯하다”고 말했다.

‘외계+인’ 1부의 제작비는 330억 원. 흥행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없으니 신경이 더 쓰일 만도 한데, 김태리는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좋고 나쁨과 별개로 지금까지 운이 좋아 계속 흥행에 성공했던 거”라며 “행운은 언제든지 끝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언젠가는 꼬꾸라질 텐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마음 관리를 잘하려고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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