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는 법의 위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의 신고를 묵살한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직장갑질119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55건이었다. 고용부에서 시정 지시 등을 안내해 법 위반이 시정된 사건은 같은 기간 292건이었다.
지난해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신고 시 조치의무를 위반한 경우(제76조의 3)다. 문제는 과태료 처분 대상 대부분이 제76조의 2를 위반한 경우라는 데 있다. 직장갑질119는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사용자가 괴롭힘을 한 경우로, 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처분 건수가 몇 건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며 "통계를 따로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76조의 3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장에 고용부가 과태료 부과 등 적극적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직장갑질119에 올해 5월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노동청이 피해자 조사 없이 회사에서 제출한 서류만 검토한 뒤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통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충분치 않았다.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신고가 1,360건이나 접수됐지만, 이 중 80%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청은 신고 접수 시 사업장에 시정기간을 25일 부과하고 기간 내 조사만 하면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불리한 처우에 대해 14일 내 시정되면 범죄로 인지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고용부가 하위 법령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무력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