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도 '강제 북송' 법적 보완책 외치다 흐지부지

입력
2022.07.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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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북송' 직후 논의, 결론 없이 종료
인도주의적 북송 등 근거 필요성 여전
일각 '판례상 범죄인 인도 가능' 해석도 
"기준 고민 없었다… 이제라도 합의 필요"

정부가 3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이후 곧바로 보완책 마련 작업에 착수했지만, 내·외부 이견과 무관심 속에 별다른 결론 없이 논의가 종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위법 논란을 낳은 사건 이후 규정 미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법적 공백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9년 11월 강제 북송 사건 이후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위해 관계부처, 전문가 등과 수차례 내·외부 회의를 가졌다. 통일부는 당시 국회 보고자료에도 △(강제 북송에 적합한)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간 형사사법공조 △관련 매뉴얼 등 법·제도 보완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초반엔 규정 정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컸고, 회의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논의는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됐고, 이듬해 이후론 협의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가장 큰 쟁점은 강제 북송의 법적 근거를 둘러싼 이견이다. 우선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시키는 출입국관리법은 준용 규정이 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헌법의 영토 규정에 따라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논리라면 아무리 흉악범이라 해도 북한 주민을 강제 북송할 근거 법을 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2010년 이후 북송된 북한 주민은 총 194명(47회)이나 된다. 이 중 이번 강제 북송 어민 사건을 제외하면 모두 실수로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고 밝히는 등 인도주의적 이유로 송환된 경우다. 헌법의 영토 규정만 집착하면 지금 이뤄지는 인도주의적 북송마저 법적 근거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헌법도 중요하지만 남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법원 판례를 감안해 유연한 법 해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대법원 판례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사건 때 나온 것으로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과 법률' 제49호에 실은 논문에서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로 보면 추방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론 남북 간 일종의 범죄인 인도 절차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형사사법 절차의 범죄인 인도로 접근한다고 해도 딜레마는 남아 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개인을 고문 위험 국가로 추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 고문방지협약 준수 약속을 받아내지 않으면 북송이 자칫 인권유린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또 이번 북송 어부 사건에서처럼 귀순 진정성을 놓고 해석이 갈릴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범죄인 인도는 북한의 사법권·국가성 인정과 관련이 깊어 대법원 판례를 이번 사례까지 확대하기는 무리라는 반론도 많다.

정부 소식통은 "그간 귀순이면 귀순, 북송이면 북송으로 확실히 갈렸기에 법적 근거나 기준을 생각해보지 못한 면이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번 논란도 안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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