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16일)을 앞두고 대구에서는 전국 3대 개시장 중 마지막으로 남은 칠성시장 개골목의 폐쇄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개고기 식용문제가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을 보였고, 상인들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법적근거도 없이 생업을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구 중구 동인동1가 대구시청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와 녹색당 대구시당 등 15개 단체가 연대 집회를 열고 "칠성시장 개골목을 하루 속히 완전 폐쇄하고 모든 개식용 상가의 업종을 전환할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 도축 자체가 불법이고, 항생제도 다량 검출되는 위험성을 주장하고 있다. 축산물위생관리법 대상에 개는 포함되지 않고 있고 합법적인 도축방법이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근거다.
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끼쳤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행위를 동물학대로 판결했다. 지난 2016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시·도축산물시험검사기관이 검사한 결과 개고기에서 검출된 항생제의 빈도는 소고기의 147배, 닭고기의 496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전 사무처장은 "개는 닭이나 소 돼지와 달리 종류가 다양하고 크기도 제각각인 탓에 규격화하기 어려워 개를 도축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라며 "1980년대 개고기 소비가 왕성했던 것은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시대가 바뀐 만큼 개를 식용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홍 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 "개고기 식용 문제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홍 시장님의 의견이 궁금하다"는 글에 "개인의 자유"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지난해 9월 칠성시장을 찾아 "개가 자식처럼 반려견이 돼버린 시대"라며 "이제는 개를 식용으로 활용하는 건 부적절하고 상인들도 업종을 전환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반려견 진돗개 '순금이'를 키우고 있는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진돗개인 '홍도'를 키우는 모습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개고기를 찾는 손님도 줄어들고 있지만 여론몰이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칠성시장에서 45년 째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60대 상인 A씨는 "상인들도 나이가 많아 은퇴 수순이고 어차피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대목을 앞둔 시점에 법적 기준도 없이 무작정 개고기만 식용금지하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꼬집었다.
대구시는 칠성시장 개골목 현황파악과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칠성시장 개골목은 지난 1980년대 보신탕과 건강원 등 50개 업소에 이르는 등 경기 성남 모란가축시장, 부산 구포가축시장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2018년 5월 모란가축시장이 문을 닫고 이듬해 7월 구포가축시장도 폐쇄되면서 현재 점포수 10여 곳에 불과한 칠성시장이 유일한 개 시장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