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파업 사태가 40일이 넘도록 출구를 못 찾고 있다. 건조 중인 30만 톤급 유조선 진수(進水)가 지연되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
□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이 불황 기간 삭감된 임금의 복원을 요구하며 건조 중인 유조선 바닥에 높이 1m의 용접 철구조물을 만든 뒤 스스로 갇혀 ‘옥쇄농성’을 벌이는 사태는 사법 처리 여부를 떠나 비극적이다. 원청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직 간 갈등도 파국 직전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조에 생수병을 던져 경찰 제지를 받기도 했고, 비정규직 노조를 지지하는 자신들의 상급단체(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까지 추진하고 있다. 7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조업 중단 장기화로 답답해하는 정규직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의명분보다는 ‘내 손해는 절대 안 된다’는 세태의 거울 같아 씁쓸하다.
□ 이번 사태와 같은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노노갈등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지난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서로 등을 돌렸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위탁업체인 콜센터 노조의 공단소속기관화(정규직 전환)를 막지 못했다며 올해 2월 정규직들이 노조위원장을 탄핵시켰다. 원ㆍ하청 공통교섭구조 미비, 이해관계를 조정할 상급단체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이런 노노갈등은 더 자주 표출될 것이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우려다.
□ 14일 대우조선 정규직, 거제시민 3,000여 명이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인간띠’ 시위를 벌이는 등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반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파업 지지차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한다고 한다. 희망버스는 2011년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를 응원하기 위해 조직된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진주의료원(2013년), 유성기업(2014년) 등 노사갈등 현장을 찾아 노동ㆍ시민 연대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연대보다는 각자도생이 시대의 정신이 되면서 이번에는 희망버스가 얼마나 반향을 얻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희망버스만이 ‘희망’이 돼야 하는 비정규직의 노동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