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라는 산을 넘어 혁신으로 향하는 공직문화

입력
2022.07.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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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고슬(膠柱鼓瑟). 아교풀로 비파나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붙여 놓으면 음조를 바꿀 수 없다는 뜻으로, 규칙에 얽매여 융통성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 장군 조괄(趙括)이 진(秦)나라와의 전쟁에서 병법의 원칙만 경직적으로 고수하다가 크게 참패한 사건에서 유래한다.

행정 현장에서 법령의 존재는 조괄이 의존한 병법 이상의 의미로 작용한다. 즉, 공무원은 법치행정의 원칙하에 법령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하며, 자의적으로 판단할 경우 감사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급변하는 현실과 법령 간 괴리가 있어도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경직적으로 업무를 하려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법령은 불필요한 규제가 되어 민간의 자율과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1990년대 한국 바둑기사들이 우승상금 40만 달러인 국제 기전에서 연이어 우승한 적이 있다. 당시 한 언론은 우리나라의 연이은 우승 요인을 "정부기관에 바둑을 담당하는 과(課)가 없어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 개입으로 인한 규제의 폐해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규제중심·법령 만능주의 폐해 등으로 인한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에 적극적이다. 또 공공이익을 위해 창의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적극 행정을 널리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행정이 공직 내에 자리 잡아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규제 중심 행정문화와 공직자의 소극적 업무행태 등에 근본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동일한 사업을 하다가 발생한 동일한 유형의 난관을 A기관은 해결하지만, B기관은 못(안)하는 경우도 있다. 공직자가 적극적 사고와 행태를 통해 고객의 일을 남의 일이 아닌 '내 돈 들어가는 나의 일'로 여기고 대응하면, 각종 규제의 산을 넘어 고객을 위한 최선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최근 규제혁신시스템을 발표하고 규제 행정문화·행태개선을 목표로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문화를 조성 중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 중앙인사 관장기관인 인사혁신처는 '공직문화 혁신지표'를 개발해 정부 각 기관별 행정 행태와 공직문화 수준을 진단하고 분석해 정부의 공직문화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

물론 사람의 사고와 행태를 변화시켜 문화를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고가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변화되면 습관도 변화된다고 한다. 공직사회에 고객 중심 입장에서 적극적·열정적인 태도와 창의적 사고를 가진 공직자가 주류를 이룬다면 공직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그에 맞춰 우리 사회는 험난한 규제의 산을 넘어 지속성장의 큰 길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공직문화 혁신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