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 '아이오닉 5 N' 출시를 시작으로 고성능 전동화 차량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전동화 차량은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차량을 말한다. 특히 이번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아이오닉 6'의 고성능 버전과 과거 양산에 실패했던 '포니 쿠페'를 계승한 'N 비전 74(세븐티포)'도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틸 바텐베르크 현대차 N 브랜드 매니지먼트 모터스포츠 사업부장(상무)은 13일 저녁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린 'N 나이트' 행사에서 "현대 N은 전 세계 고성능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전동화 차량의 고성능 버전도 오랫동안 개발해왔고, 그 결정체인 아이오닉 5 N이 2023년 출시된다"고 밝혔다. 부산모터쇼 개막 전에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국내 언론사 중 본보만 참석했다.
아이오닉 5 N은 현대차의 첫 번째 양산형 고성능 전기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시험하고 있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총 길이 약 25km에 좁은 노폭과 심한 고저 차이와 보이지 않는 급커브 등 주행 환경 때문에 녹색 지옥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이곳에서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 아우디 RS, 포르쉐 등 글로벌 고성능 브랜드 대부분이 성능 시험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도 i30 N, 벨로스터 N 등 'N 브랜드' 차량 개발 과정에서 뉘르부르크링을 자주 찾았다.
아이오닉 5 N의 동력계통(파워트레인)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최고출력 584마력)와 공유한다. 다만 아이오닉 5 N의 출력이 좀 더 높을 것으로 전해졌다. E-GMP는 최대 6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는 쏘나타(180마력)보다 3배 이상 높고, 제네시스 G90(380마력), 기아 스팅어(373마력), 포르쉐 911 터보(572마력) 등보다도 강한 출력이다. 아이오닉 5 N이 출시되면, 내연기관 차량을 포함한 현존하는 국산차 중 가장 빠른 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N 나이트에서 '아이오닉 6N 콘셉트'(프로젝트명 RN22e)도 선보였다. RN22e는 이번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특히 자동차 경주 서킷에서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후면에 '대형 날개'(스포일러)가 달린다. 스포일러는 차량 뒤쪽에 형성되는 공기가 효율적으로 흐르고, 차체를 바닥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일반 아이오닉 6보다 역동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바텐베르크 상무는 "아이오닉 6 N은 뛰어난 코너링, 레이싱 트랙 주행 능력에 스포츠카로서의 특성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이라며 "그 어떤 전기차보다 역동적인 주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발에 힘쏟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뉴트로'(뉴+레트로. 복고의 재해석) 디자인을 적용한 전동화 콘셉트 'N 비전 74'도 공개했다. N 비전 74는 수소연료전지, 고전압 배터리, 전기모터가 합쳐진 '수소전기하이브리드' 차량으로, 한번 충전해서 최대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또 정지 상태에서 4초 이내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가속력을 갖췄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N 비전 74는 1974년 디자인·설계를 마쳤지만, 기술적인 부족함 때문에 양산하지 못했던 '포니 쿠페'를 재해석한 모델"이라며 "아이오닉 5가 '포니 해치백' 디자인을 계승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유산(헤리티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