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리겠냐 문의 쇄도"... '빅스텝' 시대, 부동산시장 적신호

입력
2022.07.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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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주택대출 금리 또 오를 듯
"주택시장 급격한 위축 가능성 커져"
집값 폭락보단 지역별 양극화 예상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부동산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주택시장은 여러 악재가 맞물려 극심한 '거래 한파'가 몰아치는 상황인데, 금리까지 빠르게 치솟는 추세라 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거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년 새 1%p 넘게 뛴 주택대출금리 또 오른다

금리는 주택시장 경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대부분 20~30년 장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때문에 이자비용(금리)은 매수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주택 거래가 잠긴 것도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른 영향이 크다.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수요자들이 대거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은의 빅스텝으로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리면서 대출 수요자 입장에선 금리 부담이 거의 임계점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분기(1~3월)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대출금리는 연 2.67% 수준이었다. 지난달엔 평균 4.08%(전국은행연합회)로 1년여 만에 1.41%포인트 급등했다. 가령 3억 원을 대출(만기 30년·원리금 균등)받았다면 다달이 갚아야 할 원리금이 1년 동안 120만 원에서 145만 원으로 21% 뛰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뛴 만큼 시중은행 주택대출금리 역시 추가로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대출금리가 최고 5% 중후반대인 만큼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 3%에 이를 경우 주택대출금리는 최고 6% 후반까지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덕배 금융의창(국민대 겸임교수) 대표는 "정부가 예고한 250만 호 공급 대책 역시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어 시장도 기준금리가 연 3%를 넘어설 걸로 예상한다"며 "시중은행 주택대출금리 역시 연 5%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라 주택시장이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비싼 대출 이자를 감수하고 주택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서울, 부산 등 도심 지역은 규제지역으로 묶여 생애 최초 구매자를 제외하면 유주택자는 대출 한도도 집값의 최대 50% 수준으로 제한된다. 대출받아 집 사는 게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텐데 과연 집이 팔리겠느냐고 묻는 집주인 전화가 이날만 10통 넘게 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값 폭락 가능성은 낮아… 월세화 가팔라질 듯"

다만 시장의 관망 분위기가 더 짙겠지만 급격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폭락하면 국가 경제가 휘청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역시 연착륙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크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질 거란 얘기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더 가팔라질 걸로 예상된다. 전세대출금리도 연일 오르면서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기준으로 삼는 전월세전환율(서울 3.19%·국민은행)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이어 지방에서도 월세 거래가 급증하면서 지난 5월 전국의 월세 비중은 59%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매수 대신 전월세시장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커지면 그만큼 임대차시장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울처럼 주택 공급이 없는 지역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과 맞물려 전월세시장이 다시 한 번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