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박지현 장혜영이 사라진다면

입력
2022.07.13 00:00
26면
여야 막론 위기에 몰린 청년 정치인들
박지현 외면, 유호정 장혜영도 퇴진압박
정치인들이 청년정치 출구 제시해야

'청년은 희망' '청년이 미래'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상투적이다. 그리고 공허하다. 끝없이 실현이 지연되는, 지급일이 언제인지 적혀 있지 않은 약속어음과 같다. 이런 우울한 상식이 가장 자주 현실이 되는 곳이 정치세계다.

이준석, 박지현, 장혜영, 류호정.

한때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 젊은이들이다. 여전히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이기도 하고 별(star)이기도 하겠지만, 2022년 7월 한국 정치라는 미로(迷路)의 세계에서 이들은 성공으로 향한 직진보다는 우회하거나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이 네 명의 청년 정치인들을 하나로 묶어 언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의 정치적 색깔은 극단적으로 다르고 스타일이나 전략도 제각각이다. 이 네 사람은 '청년'이라는 생물학적 연령 이외에 공유할 만한 점이 거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들이 정치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초기, 언론에서 이들의 이름 석 자가 대중들에게 신선한 호기심과 기대의 언어로 읽혔을 때를 돌이켜 보면, 이들의 현재에서 '청년 정치'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따져보는 것도 쓸모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청년 정치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것은 2021년 6월 당대표로 선출되면서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당선 직후 백팩을 메고 지하철과 따릉이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출근하는 그의 모습은 '청년'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성별과 세대를 가르고 대립시키는 그의 정치 전략은 '제도화된 일베 현신'(김학준, '보통 일베들의 시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금 그는 성상납 혐의와 함께 당내 징계대상이 되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 역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다. 20대 대선에서 청년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비대위원장으로서 청년 정치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주류 정치세력과 신입 청년 당원들 사이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나 박지현의 경우는 그의 정치적 전략과 태도와는 별도로, 1차적인 책임을 민주당의 주류 정치인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비대위원장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권한이 충분히 주어졌는지, 정치 신인다운 눈치보기 모드를 장착하지 않은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권위주의는 없었는지, 청년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를 경계한 이들은 없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장혜영과 류호정은 당내 '페미' 정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심상정과 함께 대선의 패인으로 이들의 성평등 전략이 지목되고 비례대표를 사퇴하라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대선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은 성평등 구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선거 후 심 후보의 선거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10억 원이 훨씬 넘는 후원금을 낸 시민들은 여성과 성평등 지지자들이었다.

청년 정치가 좌충우돌하고 정치세계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기성세대와 충돌하고 불화하는 그 지점에서 새로운 정치의 가치와 이념, 의제와 전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 정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부추기거나(이준석), 의지와 주장은 있지만 지지받지 못하는 외로운 싸움(박지현), 진보정치의 울타리를 열어젖혔지만 진부한 정치의식과 권력투쟁에 가로막힌 채(장혜영, 류호정)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치인들이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그 출구가 바로 한국 정치의 출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ㆍ전 한국여성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