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 확산으로 국내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해외에서는 또 다른 변이 BA.2.75까지 퍼지고 있다. 이 변이 바이러스도 BA.5처럼 면역을 회피하고 전파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달 인도에서 처음 보고된 BA.2.75는 최근 미국, 호주,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일본 등 12개 국가에서 확인됐다. 아직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았지만 올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BA.4와 BA.5가 지난달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62개국으로 확산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상륙도 사실상 시간 문제다. 앞서 유행한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도 해외에서 확산된 이후 곧 국내에 들어왔다.
BA.2.75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켄타우루스(Centaurus)'란 별칭도 붙었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에서 파생됐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수의 새로운 변이가 생겨 형태가 다른 게 이유다. 변이가 상이한 만큼 기존 백신이나 해외에서 개발 중인 업데이트(개량) 백신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보통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치명도는 줄어든다. BA.2.75가 가장 먼저 퍼진 인도에서는 전염성은 더 강한데 위중증이나 사망 위험을 심화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는 BA.2.75를 우려 변이(VOC)에 포함하여 감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WHO 기준 오미크론 세부 계통 변이는 194개에 이른다. 확진자가 증가할수록 세부 계통은 더 다양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변이의 개수는 계속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변이 이름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스 알파벳 알파(α), 델타(δ), 오미크론(o) 등이 유전형(GSAID)에 따라 분류한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다. 여기에 하위 변이가 생기면 오미크론형 BA.4 BA.5식으로 알파벳 대문자 조합과 숫자를 결합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에든버러 대학이 중심인 팽고(Pango) 연구팀이 정한 규칙이다. WHO도 이를 준용한다.
BA.2.75처럼 숫자 뒤에 또 숫자가 붙으면 BA.2에서 파생됐다는 의미다. 이 경우는 BA.2에 이어 BA.2.75가 나중에 생긴 변이지만 BA.2, BA.4, BA.5처럼 같은 대문자 조합 뒤의 숫자는 발생 순서가 아니다. 최영실 질병청 병원체자원관리과장은 "발생 시간을 따져 붙이는 게 아니라 변이가 발생한 위치를 뜻한다"며 "어떤 단백질에서 변이가 생겼느냐에 따라 감염력, 전파력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변이 바이러스 급증으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자 질병청은 앞으로 BA.5는 '비에이 오'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 같은 방식으로 BA.4는 '비에이 사'다. 두 번째 마침표는 '쩜'으로 읽어 BA.2.75은 '비에이 이 쩜 칠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