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졌다고? 아직 멀었다" "살 집 아니면 사지 마라"

입력
2022.07.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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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집] <하> 집값 더 떨어진다
서울, 급등폭 비교하면 아직 하락 미미 
지방은 수억 원 떨어져... 양극화 조짐
전문가들 "집 살 타이밍 내년 이후로"


서울 집값은 아직도 꼭짓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하락 시작이라는데 더 떨어지길 기다려야죠."
서울에 있는 집을 사려는 정모(30)씨
부동산에선 집 팔고 싶으면 몇천만 원은 낮추라는데 갈아타기할 때 대출도 더 받아야 하고, 집값이 또 오르면 손해볼까 봐 선뜻 못 낮추겠어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집을 내놓은 지 4개월이 된 김모(40)씨
매도인들은 떨어져도 얼마나 떨어지겠냐고 버티고, 매수인들은 더 떨어지길 마냥 기다리니 거래가 거의 없어요. 많아봤자 한 달에 한 건 정도?
20년 경력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주택시장, 적어도 서울은 동상이몽이다. 사려는 사람은 "더 떨어진다"고 기다리고, 팔려는 사람은 "더 안 떨어진다"고 버틴다. 그러니 거래는 실종된다.

강남은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급매물 자체도 별로 없거니와 호가만큼 수요가 따라와 주니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는 움직임은 안 보여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B 공인중개사
"집주인들이 실거래가보다 적어도 3,000만 원은 낮추고 있는 상황이에요. 집을 사겠다는 문의 전화도 지난해에 비해 20~30%는 늘어난 것 같아요.
세종 새롬동 고운집공인중개사사무소 이상돈 대표

지방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팔려는 사람은 가격을 내리고, 사려는 사람은 매수 시점을 노린다.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수억 원씩 떨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은 서울이 부추겼다면 하락은 지방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집값 하락세는 뚜렷하다. 그 강도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서울과, 체감하지만 눈치 보는 지방으로 나뉠 뿐이다.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매수인과 매도인 각각의 아전인수식 전망, 점점 더 벌어져 가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 속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장 들어가 살 집이 아니라면 당분간 사지 마라."


연일 하락세? 급등폭에 비하면 미미

최근 통계만 보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집값 하락세는 확연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7월 넷째 주 기준 6주 연속 떨어졌다. 강남구마저 하락으로 돌아섰고, 노원구는 낙폭이 커졌다. 수도권과 지방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며 전국 아파트값은 두 달 넘게 내림세다.

그러나 실제 체감은 다른 얘기다. 폭등한 집값에 비하면 떨어진 금액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의 '고덕아이파크' 전용면적 59㎡는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가인 14억 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도 여전히 14억 원 안팎이다. 2019년 11월 매매가보다 4억 원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최근 동일 면적의 매매가는 지난달 12억5,000억 원, 단 한 건이었다. 2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다. 노원구 상계동의 '노원현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9월 8억9,700만 원에 계약해 신고가를 찍었다. 2019년 비슷한 시기 거래가(5억8,000만 원)에 3억1,700만 원이나 올랐다. 신고가 거래 후 계약은 4건뿐인데 최고가에 5,000만~9,000만 원가량만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에 호가를 최대한 안 내리고, 매수인들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간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 한 달에 한 건도 매매를 못 하는 중개업소가 대부분"이라며 "싸게 내놓은 급매물만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가격을 크게 낮춘 계약도 간간이 나오지만 증여 등 특수한 거래일 수 있다.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 네 건 중 한 건(23%)은 증여 거래(812건)였다.

"더 떨어질 것 같아"... 매수심리 연내 최저

실제로 매수심리는 얼어붙었다. 지난주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8(한국부동산원)로 9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매수세가 잠잠했던 2월 찍은 연내 최저점과 같은 수준으로 2019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매수인 입장에서 체감상 하락폭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거래량은 평년보다 적었던 상반기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달리 종과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집값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양극화' 조짐이 나타났다. 세종 한솔동 '첫마을4단지' 전용면적 84㎡는 5월 직전 최고가보다 3억8,800만 원 떨어진 4억200만 원에 계약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세종과 대구 집값이 올해 각각 누적 4.56%, 3.48%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서울(-0.22%)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짙어지는 하락세... "집 장만 서둘지 마라"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그간 주택가격 상승세가 부담스럽고,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해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전국 주택시장은 하반기 0.7%, 연간 0.5%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랩장은 "대출 규제, 이자 부담, 가격 상승 피로감에 경기 위축까지 겹쳐 하반기 주택시장은 약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또한 문제다. 국토연구원은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면 12~15개월 뒤부터 집값이 하락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1991년부터 올해까지의 금리, 집값 동향을 분석한 결과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주택을 살 때 대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 반응이 가장 강한 시기로 금리 인상 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둘러 집을 사기보다 당분간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수자는 '헐값 사냥꾼' 마인드로 가격 메리트가 생길 때까지 관망하는 것이 좋다"며 "올해는 넘기고 내년 이후 내 집 마련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실거주자가 아닌 이상 지금 같은 시기에 '영끌족'처럼 부족한 자금을 대출 이자로 막으려는 시도 자체가 손해"라며 "3기 신도시 본청약이 이뤄지는 2~4년 후엔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