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 연수구 한 대형 카페 앞. 취재진이 타고 온 여러 디자인의 쌍용차 토레스 시승 차량이 주차장을 채우자, 차량 실물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렸다. 차 바깥을 유심히 둘러보던 50대 원광호씨에게 "내부도 둘러보시라"고 권하자, 그는 지체 없이 차량 내부와 트렁크까지 구석구석 살펴본 후 흡족해했다. 그는 "큼직하고 단단해 보인다"며 "아내와 딸이 도로에서 '만만해 보이지 않을 만한' 차로 토레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가격 대비 아주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인천 영종도에서 송도 인근 카페를 왕복하는 약 86km 구간에서 시승 차량이 적색 신호에 걸려 서 있을 때면 일부 시민들은 35도를 넘나드는 더위에도 창문을 내려 토레스 외관을 살피곤 했다. 화려한 외제차도 아니요, 신기술이 듬뿍 담긴 값비싼 차량도 아니었지만 두 시간 남짓의 시승 시간 동안 토레스를 향한 시민들 관심은 이처럼 뜨거웠다. 신차 시장에 등장한 '3,000만 원만으로도 품을 수 있는'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대한 반가움이 더해진 모습이다.
이날 기준 사전 예약만 3만 대를 넘어선 가장 큰 비결은 가성비. 이날 "지나친 저가 정책 아닌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쌍용차 관계자는 "판매량만을 위해 가격을 책정한 건 아니다"라며 시장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1.5리터(L) 가솔린 터보 모델 토레스 판매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트림에 따라 △T5 2,740만 원 △T7 3,020만 원이다. '준중형 가격의 중형 SUV'란 점에서 싼타페, 쏘렌토, QM6, 이쿼녹스 등이 맞서는 국내 SUV 시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쌍용 로고는 빠졌지만, 쌍용차 전성기를 이끌었던 무쏘와 코란도의 명성을 계승하기엔 충분한 외관이었다. 측면부엔 각진 형태의 휠 아치와 후드 가니쉬가 어우러져 강인함을 강조하되 현대적 감각이 더해졌다. 실내에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와 상단부를 '알파벳D' 모양으로 다듬은 운전대는 운전할 때 시야를 시원하게 넓혔다. 중앙에 두 개(상하단) 운전석 앞 계기판까지 총 3개가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편의성에 무게 중심을 뒀다. 위급 상황 시 유리를 깰 수 있는 차량용 해머가 기본 사양이란 점도 특이했다.
토레스 파워트레인은 1.5L 터보 가솔린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의 소음은 기존 SUV와 비교했을 때 크게 줄었다. 다만 차량이 멈췄을 때부터 가속에 이르는 시간은 더딘 듯했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아쉬운 대목이다.
'밟는 맛'이 다소 떨어지고, 운전대 움직임도 다소 낭창낭창해 SUV 특유의 묵직한 운전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안정감은 탁월하다. 정통 SUV를 표방하는 만큼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한 흔적이 엿보였다. 차체가 커 주차공간 넓고 오프로드를 오갈 일 많은 지방 운전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차량으로 보인다.
차량 뒤편 공간은 어떤 SUV에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703L(VDA213 기준·T5트림 839L)의 트렁크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싣고도 여행용 캐리어를 추가로 실을 수 있다. 2열 좌석을 접으면 1,662L 대용량 적재까지 가능해진다. 캠핑을 하려는 이들이라면 텐트와 접이식 의자 및 테이블 등 웬만한 캠핑 장비가 다 들어가고, 농사를 짓는 이들이라면 웬만한 농업용 자재들을 싣고 다닐 수 있단 얘기다. 짐을 전부 빼면 성인 두 명의 차박도 가능은 하다. 급한 업무가 생겼을 때 트렁크에 대각선으로 누워 노트북을 펼 수 있을 정도의 공간 또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