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선출 위원회에 여성 평신도 두 명을 포함시킬 겁니다. 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이 주교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거죠."
프란치스코(86) 교황의 로마 교황청이 또 한 걸음 전진한다. 교황은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주교 선출 과정에 남성만 참여한 낡은 관행을 깨고 여성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듣겠다는 것이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 시도다.
주교는 지역별 가톨릭 교구 한 곳을 관할하는 고위 성직자로, 대주교와 사제 사이의 자리다. 교황이 주교를 임명하는데, 주교 선출 위원회는 인선 관련 실무를 담당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에게 닫힌 문이) 이런 식으로 조금식 열리는 것"이라며 "바티칸 도서관과 가톨릭 교육 문화부에도 여성을 기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계의 여성 역할 확대'를 추진해왔다. 2020년 교황청 재정 감독 기구인 재무평의회에 여성을 대거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평의회는 추기경과 주교 8명, 평신도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되는데, 평신도 몫 7명 가운데 6명이 여성으로 교체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2월 각국 주교들이 참여하는 의사 결정 기구인 세계 주교대의원회(시노드)의 사무국장으로 나탈리 베카르 수녀를 임명했다. 사무국장이 투표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전까진 시노드에 참여하는 수녀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 했기에 베카르 사무국장은 '시노드 투표권을 가진 최초의 여성'이 됐다.
지난해 11월엔 교황청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부의 사무총장으로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했다. 행정부 사무총장은 교황청 서열 2위로, 교황청의 명목상 수장인 행정원장을 보좌하며 행정사무를 총괄한다. 여성이 맡은 것은 이번에도 처음이었다.
교황청은 올해 3월 "여성을 포함해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도라면 누구든 교황청의 행정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 교회 헌법을 발표하며 정점을 찍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평등 기조를 제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새 헌법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프란치스고 교황은 2020년 로마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영화 ‘프란치스코’에서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아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동성결합법”이라고 말하는 등 거듭 금기를 깨고 있다. 동성결합법은 동성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이성 커플과 동일하게 보장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