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3년... 거리두기 끝나자 폭언과 따돌림 다시 증가

입력
2022.07.03 17:15
직장 내 상대적 약자들에게 괴롭힘 집중
절반 이상이 "회사에서 제대로 대응 못했다"
법 시행 이후 긍정적 변화 징후도 뚜렷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사의 '갑질'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괴롭힘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갑질119는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10~1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9.6%였다고 3일 밝혔다. 이는 2019년 법 시행 직후의 응답(44.5%)과 비교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올해 3월(23.5%)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졌다. 직장갑질119 측은 "거리두기가 끝나고 대면 직장생활이 다시 시작되면서 갑질이 증가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괴롭힘은 종류에 관계없이 직장 내 상대적 약자를 향하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26.8%)보다는 여성(33.3%)이, 정규직(24.7%)보다는 비정규직(37%)이, 월급 500만 원 이상의 고연봉자(19.3%)보다는 150만~300만 원 미만의 저연봉자(35.7%)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많았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괴롭힘 경험률은 38.8%에 달해, 남성 정규직(22.4%)보다 16.4%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은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중 67.7%(중복응답)가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답했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답도 23.6%나 됐다. 괴롭힘 이후 회사의 조사 또는 조치 의무가 지켜졌냐는 질문에는 51.7%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신고자 4명 중 한 명은 '보복 갑질'을 당하고 있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변화의 징후는 뚜렷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법 시행 직후인 2019년 9월 39.2%였지만, 올해 6월엔 60.4%까지 치솟았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이 효과가 있었다는 대답도 69.5%나 됐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갑질을 경험하고 있고, 그중 40%는 심각한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임금노동자 등에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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