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김신영의 행보가 다채롭다. 박찬욱 감독은 일찍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팬이 됐다. 희극인에서 '칸 진출작 배우'가 된 김신영이 걸어온 길을 조명한다.
지난 29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는 특별한 신스틸러가 출연한다. 박해일 탕웨이를 비롯해 이정현 박용우 고경표 박정민 등 걸출한 배우 라인업 속에서 유독 김신영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김신영은 극중 형사 해준(박해일)의 후배 형사 연수를 맡아 자신의 재능을 빛냈다. 웃음기를 내려놓고 극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한 김신영의 낯선 얼굴은 '헤어질 결심'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다.
언론시사회 및 인터뷰를 통해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 캐스팅에 대해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웃찾사' 때부터 팬이었다는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을 두고 "탁월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잘 할 것 같더라"면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에 김신영은 박찬욱 감독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거장으로 불리는 박찬욱 감독에게 "타고 났더라", "평생 연기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등 다양한 극찬을 받을 만큼 김신영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박찬욱 감독의 확신에 보답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을 '보배'라고 표현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당부하기도 했다.
함께 호흡한 박해일도 김신영의 출연 논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님께서 '헤어질 결심' 촬영에 들어가기 전 후배 형사 역할로 김신영을 언급하셨을 때 저는 무릎을 탁 쳤다"면서 그의 캐스팅 과정에 힘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박해일은 현장에서 김신영의 에너지에 감탄했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살뜰히 후배 연기자를 챙겼다는 후문이다.
사실 김신영의 영역 확장은 일찍이 시작됐다. 예능에서 라디오 진행까지 재치있는 입담으로 보는 이들을 꾸준히 웃게 만들었다. '무한걸스'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활약은 꾸준하고 또 변화무쌍하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을 만큼 성실한 면모가 '롱런'의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부터 '정오의 희망곡' DJ를 맡은 김신영은 희극인 특유의 즉석 콩트와 강약을 조절하는 진행 실력으로 오후 시간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둘째이모 김다비로 마이크를 잡고 부캐(부캐릭터)로 전성기를 맞았다. 여기에 그룹 셀럽파이브 활동까지 더해지면서 스스로의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둘째이모 김다비의 '주라주라'는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이 되는 내용의 가사로 화제를 모았는데 김신영이 직접 작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익숙한 '이모' 캐릭터에 김신영의 주 무기인 순발력이 더해지면서 각종 예능에서도 러브콜이 섭외했다. 물론 김신영이 아닌 둘째이모 김다비로 말이다.
"빠른 45년생, 초동안, 특기는 약초 캐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둘째이모 김다비는 부캐와 본캐(본 캐릭터)를 오가면서 캐릭터성을 구축했다. 보는 이들까지 열광케하는 열정과 에너지가 둘째이모 김다비의 매력 포인트다. 본캐와 부캐 모두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김신영의 롱런 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도전이 숨어있다. 다수의 예능에서 이미 인정받은 김신영이지만 스스로 한 구역에 국한되지 않고 활동 범위를 확장시켰다. 한 곳에 고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전성기가 더욱 의미가 깊다. 본업인 예능 뿐만 아니라 진행과 가수, 여기에 배우 필모그래피까지 추가한 김신영의 활약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