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게 살해돼 매장된 아기... 30년 만에 밝혀진 범인은

입력
2022.06.26 11:03
16면
美 오클라호마주 수사국, 53세 여성 체포
1993년 출산 후 아기 살해한 혐의
DNA 재조사 끝에 30년 미제사건 해결


1993년 12월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촉터 카운티의 한 집주인이 아기의 사체가 뒤뜰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911에 신고했고 출동한 지역 부보안관은 오클라호마주 수사국(OSBI)에 사인 조사 지원을 요청했다. 검시가 이뤄졌고 충격적인 결론이 나왔다. OSBI는 “아기는 태어났을 때 살아 있었고 신체가 훼손돼 살해됐다”라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아기 사체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수많은 조사를 했지만 사건은 ‘콜드케이스(미제 사건)’가 됐다. 다만 OSBI 수사관들은 미래 사용을 염두에 두고 사체 발견 현장에서 확보한 유전자(DNA) 증거를 보관해뒀다.

사건의 실마리는 2020년 10월 OSBI의 미제사건팀과 생물학 범죄학자가 팀을 이루면서 풀려나갔다. 수사관들은 그동안 보관했던 DNA 증거를 버지니아에 있는 파라본 나노랩이라는 회사에 넘겼다. 이 회사는 DNA 정보를 해석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해 4월 파라본 나노랩에서 결과가 넘어왔다. 결과를 검토한 OSBI 특별수사팀은 단서를 찾아냈고 한 사람을 지목했다. 53세의 여성 미오니아 미셸 앨런. 이달 초 추가 DNA 조사를 진행했고 앨런이 이 아기의 ‘생물학적 엄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앨런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이 아기의 생물학적 엄마라는 사실을 수사팀에 인정했다. 며칠간 신문이 더 이어진 뒤 앨런은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기를 죽인 것을 시인했다고 수사팀은 밝혔다.

오클라호마 지역 언론인 KOKH, KFOR는 24일 “OSBI가 수십 년 묵은 미제 사건 용의자를 체포했다”며 “앨런은 보석 없이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고 의도적인 1급 살인죄 (기소에) 직면해 있다”라고 보도했다.

앨런은 30년 가까이 자신이 임신했거나 출산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기를 살해할 당시에는 데이케어센터(어린이집)에 근무 중이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리키 애덤스 OSBI 국장은 성명에서 “미제 사건, 특히 희생자가 누구인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사 요원과 범죄학자의 시너지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며 “이제 아기는 적절히 안치돼 쉴 수 있게 됐으며 살인자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세기 가까이 유지해온 ‘로 대 웨이드’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를 파기하면서 미국 사회는 찬반 여론이 격돌하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중서부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영아 살인 사건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