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두고 갈라진 수도권-지방 대학

입력
2022.06.26 12:00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 완화 검토에
수도권 85% 찬성, 비(非)수도권 92% 반대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 두고도 갈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분야 인력양성을 위해 검토하는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완화에 대해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대학의 반응이 정반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대학 개혁의 우선순위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정부 권한의 지방 분권화'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대학 개혁 드라이브를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열'이 중대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도권 정원 총량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수도권 대학 총장 중 85.7%(응답자 28명 중 24명)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비수도권 대학 총장의 92.8%(응답자 56명 중 52명)는 반대라고 응답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완화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각각 찬성과 반대로 양분된 것이다.

총량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비수도권대 총장들은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중될까 우려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수도권의 한 국공립대 총장은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방안과 정면 배치된다"고 밝혔다. 한 비수도권 사립대학 총장은 "반도체는 하나의 전공이 아니라 복합학문이다. 기존 관련 학과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찬성한다고 응답한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 총장은 "양질의 인력 수급으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수도권과 지방에 거의 비슷한 숫자를 증원해야겠다"며 첨단기술 관련 학과 정원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골고루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도권 대학 정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총량제로 묶여 법 개정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교육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비수도권 대학들은 이렇게 정원을 늘리면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이 더 심화할 거라고 우려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윤석열 정부의 다른 대학 개혁 과제나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도 갈렸다.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한다는 국정과제에 대해서도 수도권 대학의 71.4%(응답자 28명 중 20명)가 찬성한 반면, 비수도권 대학의 59.6%(응답자 57명 중 34명)는 반대했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반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대학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약 67.6%)이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해당 지역인재를 30% 채용하도록 의무화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를 두고도 시각이 엇갈렸다. 수도권 대학 총장들의 55.5%(응답자 27명 중 15명)가 '현행 유지', 22.2%는 '축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비수도권 대학 총장 중 76.3%(응답자 55명 중 42명)는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산업 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일수록 할당제 확대를 통해 졸업생의 취업 기회를 넓히길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교육 분야 고위공직자의 결격사유 중 가장 치명적인 사안'을 묻는 질문에는 자녀의 입시 공정성 논란(38%), 연구윤리 위반(23%), 성비위(17%), 인사 비리 전력(10%), 음주운전(6%) 순으로 답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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