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1년 만에 원훈을 교체했다. 새 원훈으로는 61년 전 초대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가 선정됐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김규현 원장과 이한중 양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훈을 교체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6월 변경된 원훈석 서체가 정보기관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원훈 교체 관련 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첫 원훈을 다시 사용하자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원훈은 1961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창설됐을 때 초대 부장을 맡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지은 것으로, 이후 37년간 사용됐다. 새 원훈을 새긴 원훈석은 1961년 제작돼, 1999년 교체 이후 국가기록물로 보관해온 것을 재설치했다.
앞서 국정원 전직 직원들의 모임인 양지회 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정원 원훈석 교체를 요구해왔고, 일부 시민단체가 원훈석 철거 요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현 원훈석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신영복체'로 쓰였다는 것이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현 원훈석을 세우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 원훈도 만들었는데, 원훈석 교체와 함께 원훈 교체도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원훈이 바뀌면서,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총 다섯 번째 국정원 원훈이 교체됐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출범과 함께 초대 원훈을 '정보는 국력이다'로 교체하고,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중앙정보부의 후신)라는 명칭 역시 국정원으로 바꿨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엔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원훈이 교체됐다. 문 정부 역시 지난해 6월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새 원훈을 만들어, 2008년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원훈도 함께 교체되는 기록이 세워졌다.
김규현 원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첫 원훈을 다시 쓰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