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文, 서해 공무원 피격 당일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 안 해"

입력
2022.06.23 18:57
진상규명 TF, 국방부 방문 조사
"서주석 NSC 사무처장이 시신소각 입장 번복 지시"
서주석 "회의 문건을 배포했을 뿐...왜곡 지시 아냐"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격사건 진상규명에 나선 국민의힘은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건 당일 서면보고를 받고도 이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보고 이후 이씨가 숨지기 전까지 3시간이나 구조할 여력이 있었지만 방치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또 국방부가 '이씨의 시신이 소각됐다'는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맡은 서주석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 등은 이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 등 당국자들을 만나 2020년 9월 사건 당시 보고 과정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면담을 마친 하 위원장은 "이씨가 생존했을 때 18시 36분경 대통령에게 서면보고가 있었는데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모두 '대통령의 구조 지시가 없었다'고 했다"며 "구조 지시뿐만 아니라 아무런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이어 "북한에 적극적으로 통지문을 보낼 수 있었는데도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TF에 따르면 사건 당일 유엔군사령부가 운영하는 남북 간 판문점 통신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다. 이 채널을 활용하면 북한과 소통하며 이씨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서 전 차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밤에 벌어졌고, 특수정보(SI)를 확보하는 시차 등의 이유로 상황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TF는 국방부가 '시신 소각' 입장을 번복한 것은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장은 "2020년 9월 27일 서주석 NSC 사무처장이 국방부에 공문 지침서를 보내 시신 소각으로 확정했던 국방부의 입장을 바꾸라 했다"고 말했다. 사건 이틀 뒤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지만, 한 달 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추정을 단언적으로 표현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국방부의 입장 변화가 청와대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 전 차장은 입장문을 내고 "시신 소각이라는 우리 입장과, 부유물 소각이라는 북한 입장을 비교하고 조사하자는 NSC 회의 문건을 배포했을 뿐, 왜곡 지시를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씨의 월북 판단이 근거가 없다는 정황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각을 세웠다. 하 의원은 "월북의 근거가 되는 것이 유일하게 감청정보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7시간의 대화 내용을 담은 수백 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분량을 확인한 결과 월북이라는 표현은 딱 한 문장 나온다"고 지적했다. 사건 현장에서 북한군이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 '월북'이라는 표현이 한 번 나왔을 뿐인데, 우리 정부가 섣불리 단정했다는 의미다. 반면 서 전 차장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SI 전체를 읽어보면 (월북 판단) 맥락이 이해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장재진 기자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