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 통제 현실화에... "역사 역행" "정권 노비냐" '경란' 꿈틀

입력
2022.06.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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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회의 거쳐 권고안 ‘수용 불가’ 결론
“정권 초장부터 경찰 짓밟나" 격앙 분위기

21일 행정안전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안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찰은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청은 즉각 “권고안은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냈고, 일선 경찰관들도 “빅브라더 행안부” ”정권 노비” 등 잔뜩 날을 세워 정부를 규탄했다. 권고안 추진 과정에서 경찰과 행안부간 극한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찰청은 이날 김창룡 청장 주재로 전국 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내어 “권고안에 담긴 구체적 방안에 대해 경찰을 둘러싼 그간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의 정신에 비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행안부 내 경찰을 관리ㆍ감독하는 ‘경찰지원조직’을 만드는 통제안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외청으로 분리시킨 1991년 경찰법 제정 취지를 거스른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전문가와 국민, 경찰 등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권고안을 놓고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일선 경찰들도 들고 일어섰다. 경찰 노조 격인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은 권고안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행안부의 독단적 경찰 통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지부도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또 다른 비대 권력 ‘빅브라더 행안부’를 만들겠다는 일차원적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경찰을 정권의 노비로 부리려는 수작”, “이 정권은 초장부터 왜 경찰을 짓밟는가” 등의 격문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현장에서는 “총경 이상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정상화하겠다”는 권고안 내용을 가장 문제 삼았다. 행안부가 경찰청장이 올린 인사안을 재검증하는 방식으로, 인사권을 무기로 경찰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일선서 수사 간부 A씨는 “경찰은 하위직은 많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원이 확 줄어드는 ‘첨탑형’ 구조라 인사가 특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고위직 인사 거부권을 지닌 행안부 장관이 ‘킹핀’이 돼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ㆍ수사를 주문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정급 간부 B씨도 “경찰 업무에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 장관이 실질적 인사권을 쥐기 시작하면 조직의 정치색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내달 23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 청장이 항의 표시로 거취 표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청장은 이미 16일 “직(職)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간부가 '청장 용퇴론'을 거론했으나, 김 청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관은 이날 내부 게시판에 “전국의 모든 경무관부터 모두 직을 던져라. 지휘관들이 던지면 우리도 던지겠다”면서 지휘부 집단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준석 기자
나주예 기자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