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보다 심각한 물가" 경고한 이창용... '빅 스텝'엔 신중

입력
2022.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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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상승률 4.7% 넘길 수도"
불과 한 달 만에 물가 전망 또 '상향'
한은 총재 "통화정책, 경기·가계 부담 감안"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4.7% 넘게 오를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4.7%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올해 물가 오름세가 14년 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경제 전망' 수정치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5%로 크게 높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인 4.7%를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는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3분기(5.5%)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놨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실제 4.7%를 웃돌 경우,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장기전에 돌입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국제유가와 국제 식량가격을 밀어 올리고, 이는 외식 물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오름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물가가 고공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물가 상승 추세가 진정될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오는 7월을 포함한)빅 스텝 여부는 물가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며 "물가 상승이 경기와 환율에 주는 영향,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만큼 가계 이자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최소화하려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달 16일 "빅 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 직후 채권시장이 들썩이자, 5월 금통위에서도 "특정 시점에 빅 스텝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선 적이 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