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제대군인들 만난 오세훈 "청년 억울함 없도록 할 것"

입력
2022.06.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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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의 달' 맞아 청년 부상 제대군인 간담회

이주은(29)씨는 해병대에 복무하던 지난 2019년 경기도 김포 전방 부대에서 작전 도중 지뢰를 밟고 왼쪽 발이 절단됐다. 큰 부상을 입었지만 소대원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사고 직후 10m를 스스로 기어 이동했다. 이 공로로 해병대와 국방부 등으로부터 포상을 받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국가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당연히 제대군인 지원 보상금도 없다.

20일 서울시청 본관 지하 시민청에서 열린 '오세훈 시장과 제대군인·가족 간담회'에 참석한 이씨의 사연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군 복무 중 큰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비 지원은 고사하고,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을 거론했다. 북한 목함지뢰에 양 발목이 절단된 하재현(28)씨는 "국군 수도 병원에는 하루에 1,000명 정도의 환자들이 오고, 일주일에만 50명이 다쳐서 전역하는데 보상 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군 복무 당시 혹한기 훈련 중 다발성 근육염을 앓게 된 안성덕(29)씨는 "저는 운이 좋게 (전역 전) 국군 수도 병원에 입원 행정사를 따로 고용해 (공상을 인정받기 위한) 행정 심판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부상 제대군인들은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전역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부상을 입고 제대하는 군인은 1년에 약 1,000명 정도다. 이 중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은 약 250명으로 추산된다.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청년 유공자들을 만나 부상 제대군인이 합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지난 3월 국가 유공자 등록 절차에 대한 무료 법률 상담과 취업 지원 등을 지원하는 센터를 열었다. 이달까지 3개월간 55명이 100건의 상담을 받았다. 시에 따르면 현재 4명이 센터 도움을 받아 국가 유공자 신청을 접수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나라를 지키다 부상을 입고 힘들게 살고 있는 부상 장병에 대한 지원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청년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지자체 사업이 아니라 국가 사업으로 (부상 제대군인 상담 서비스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3월 마포구에 문을 연 '부상 제대군인 원스톱 상담센터'가 서울시청 본청으로 확대 이전하며 마련된 자리였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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