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고용노동부가 상시근로자 20명 이상인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작 휴게시설이 가장 필요한 저임금·하청 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 근무자는 법이 보장한 휴게시설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민주노총은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43.8%가 '휴게시설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단지 노동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휴게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3월 21일~4월 30일 전국 13개 지역 1,200여 개 산업단지 노동자 4,443명을 대상으로 거리 설문조사 및 온라인 조사로 진행됐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휴게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58.2%가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300인 이상 사업장(23.6%)과 비교하면 두 배 차이"라며 "결국 시행령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사업장에 휴게실 없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휴게실 필요성은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더 높았다. 실태조사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40.6%)보다는 20인 미만 사업장(61.2%) 노동자가, 고임금 노동자(48.8%)보다는 저임금 노동자(62.4%)가 더 자주 휴게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연구위원은 "임금 수준이 높다면 회사 근처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서 쉴 수도 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식비조차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휴게실은 저임금·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고열·한랭·다습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경우나 폭염에 노출된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휴게시설 설치가 권고사항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학교 청소 노동자가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사망하고, 아파트 경비원이 화장실 변기 옆에서 식사하는 사례 등이 보도되면서 노동자 휴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8월부터 사업주는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여전히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 연구위원은 "공동 휴게실을 노사와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고 개선하는 방안 등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 고안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