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이 열린다고 해서 희망을 품었는데, 한 달 일하고 다시 무급휴직하게 생겼습니다. 집에선 '양치기 소년' 가장이 됐고 백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도 떨어져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국내 저비용항공사 부기장 A씨)
8일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규제가 모두 해제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 넘게 보릿고개를 넘긴 항공업계엔 잠시 훈풍이 부는 듯했다. 그동안 항공편 운항 축소로 유·무급 휴직에 들어갔던 저비용항공사(LCC) 인력들은 그러나 복귀 대신 또다시 무급휴직을 준비하고 있다. 22일 LCC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금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서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와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은 이달 말 끝나는 고용유지 지원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달 초 무급휴직 신청을 받아둔 상태다.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위해선 늦어도 한 달 전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해 LCC가 일찌감치 조치해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 악화 등으로 인력 조정이 불가피해진 사업주가 휴업이나 휴직, 무급휴업·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조치를 실시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 수당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유급휴직에 대해선 평균 임금의 70%인 휴업 수당을 90%까지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부담한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연간 180일 지원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2020년과 지난해 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2월 아시아나항공과 LCC를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4개월을 다시 연장했다.
이달 말 고용유지 지원금 만료를 앞둔 LCC업계는 "더 이상 최소 생계유지가 힘든 상태"라며 고용유지 지원금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 박상모 사무처장은 한국일보와 통황에서 "하늘길이 열렸다는데 LCC업계는 거의 체감을 못 하고 있다"며 "기장·부기장들은 급여의 절반가량을 받고 있는데, (지원금 연장이 안 되면) 기장과 부기장의 절반가량은 휴직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병호 제주항공 노조위원장도 "순환 휴직 기간은 길어지고 물가는 폭등하는데 생계는 책임져야 하니 택배나 쿠팡이츠 등 부업을 하는 조종사가 많다"며 "사무직은 일찌감치 업계를 떠났지만 비행기술로 먹고사는 조종사들은 갈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선은 정상화되고 있지만 LCC업계 실적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2019년 연간 매출 1조 원에 달했던 진에어는 올해 1분기에 675억 원을 겨우 넘은 상황이다.
이처럼 LCC업계의 인력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LCC들이 출범하며 낮아진 항공권 가격은 최근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크게 오른 상태다. 여기에 조종사들의 이탈로 비행 편수가 줄어들 경우 공급이 줄면서 항공권 가격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사고 우려도 소비자의 걱정거리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운항이 크게 줄면서 장기간 조종간을 잡지 못한 조종사들이 복직 후 기량을 회복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1~4월 항공안전지표 19개를 위반한 국적기는 총 22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종사 복귀 훈련 가이드 라인에 따라 6개월 이상 쉰 조종사는 항공사 자체 심사를 거쳐 정부 심사까지 통과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