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대에 다시 선 누리호, 날아오를 준비 완료

입력
2022.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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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발사 예정… 날씨는 양호
발사당일 점검→연료주입→자동발사

두 차례 발사 연기 끝에 재점검을 거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일 다시 하늘을 향해 섰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선 인근 산봉우리에 구름이 머무는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요한 발사 변수인 바람이 잔잔하다. 장마전선이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등의 큰 변수만 없다면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다.

누리호는 이날 오전 7시 20분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 종합조립동을 출발해 오전 8시 45분 제2발사대에 도착했다. 수평으로 트랜스포터 차량에 실려 1.8㎞ 떨어진 발사대로 약 1시간 20분 동안 천천히 이송됐다. 연구진은 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를 이렉터(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치)에 고정한 뒤 수직으로 세워 발사 패드에 고정했다. 오후엔 누리호에 추진제(연료 및 산화제)를 주입하기 위한 엄빌리칼 타워 연결 작업과 기밀 작업 등 점검이 진행됐다. 15일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던 전기 점검도 이번엔 무사 통과했다.

이번 누리호 2차 발사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이후 8개월 만의 재도전이다. 당시 누리호는 발사 약 15분 만에 비행 고도 700㎞에 도달했지만 위성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당초 발사 예정일은 15일이었다. 하지만 기후 악화 탓에 16일로 연기됐고, 발사 예정일 전날인 15일 1단 산화제 탱크 센서에서 이상이 발견되면서 조립동으로 돌아가 재점검을 거쳐야 했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발사가 지연되면서 연구원들이 의기소침한 부분도 없진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거쳐 가야 할 일이었고 능력을 한 단계 높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많은 연구원이 나로호 발사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당시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의 경험이 이번 누리호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다시 나서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날씨는 아직까진 누리호의 편이다. 발사를 위해선 지상 풍속이 평균 초속 15m 이하, 순간 최대 초속 21m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고층풍은 200㎪(1파스칼은 1㎡ 넓이에 1뉴턴의 힘이 가해질 때의 압력) 이하여야 한다. 고흥 일대는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21일 비가 예보됐다. 하지만 장마전선의 북상이 늦어졌다. 20일 고흥 일대는 구름이 많고 흐린 날씨지만, 비 예보는 없고 바람도 잔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발사가 예정된 21일 오후 4시쯤에는 구름이 걷힐 가능성도 있다. 항우연은 "21일을 발사일로 잡을 때만 해도 비 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날이 좋아졌다"며 "고층풍도 기류 변화가 거의 없이 안정적이다"고 전했다.

누리호는 발사 당일 두 차례의 그린 라이트를 받아야 비상할 수 있다. 21일 오전 발사준비위원회는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추진제 충전 여부를 결정한다. 오후에 열리는 발사준비위원회는 최종 발사와 시각을 결정한다. 추진제 공급이 정상적으로 완료되고, 이렉터가 안전하게 철수된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

모든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발사 10분 전부터는 발사자동운용(PLO)이 시작된다. 사람의 실수가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PLO 진행 중에는 컴퓨터가 모든 조건을 점검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발사를 자동으로 멈추고 기준을 통과하면 대망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고흥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