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 증여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상속세 과세 방식과 세율의 합리적 개편방안 검토'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 세수 비중은 2020년 기준 0.5%에 달한다. OECD 평균(0.2%)의 2.5배 수준으로, 회원국 중 3위라는 게 한경연 측의 설명이다.
특히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인 50%는 OECD 평균(약 25%)의 2배에 이른다. 가업 승계를 위해 최대 주주 등으로부터 주식 상속을 받으면 할증평가(20% 가산)까지 이뤄져 사실상 60%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이미 45%에 이르는 최고세율 소득세를 부담해 온 대상에 누적돼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면서 이중과세의 성격을 띠게 된다"며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아니면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속세 2위, 소득세 7위로 모두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직계비속에게 상속할 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19개국) 세율을 낮추는(10개국) 등 상속세 완화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한국도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상속세 적정 최고세율을 30%로 봤다. 임 연구위원은 "현행 10∼50%의 5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를 10∼30%의 3단계 구조로 바꿔 완화해야 한다"며 "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와 소득 재분배 등의 우려는 상속 세제의 합리화 과정으로 판단해야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또 현행 상속세 과세방식인 '유산세' 형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①유산세형은 사망자의 유산 전체에 대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한 뒤 각자 상속분에 배분된 세액을 납부하는 구조다. 상속인의 실제 상속분을 감안하지 않다 보니 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②유산취득세는 유산을 각자 상속 분에 따라 나눈 뒤, 해당 재산에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임 연구위원은 "유산취득세 방식은 실제 받은 상속 재산의 크기에 따라 상속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납세 능력과의 대응 관계에 있어 공평한 과세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인해 우려되는 위장 분할 등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과세 행정 시스템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