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내 빛난 손흥민, 그리운 김민재

입력
2022.06.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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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은 내내 빛났고, 김민재(페네르바체)는 내내 그리웠다.’

벤투호의 6월 A매치 4경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손흥민의 빛나는 활약에도 벤투 감독이 강조하던 견고한 빌드업을 확인하기보다는 답답한 수비 불안을 숙제로 떠안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이집트전을 끝으로 6월 A매치 4연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벤투호의 4연전 전적은 2승 1무 1패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선뜻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2주가 넘게 진행된 대표팀의 소집 훈련 및 평가전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한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쓰임새가 다양해 더 가치 있었다. 그 동안 소속팀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대표팀에서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주로 출전했던 손흥민은 이번 4연전을 통해 왼쪽 측면 공격수 외에도 최전방 공격수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매 경기 손흥민의 영향력은 컸다. 최전방에서 뛰면서도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2선, 때로는 3선까지 내려와 막힌 혈을 뚫었다.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어 동료들의 침투를 도왔고, 자신이 공을 잡았을 때는 특유의 빠른 드리블 돌파로 수비를 흔들었다.

이집트전에서는 한국의 미드필더들이 이집트 압박에 전진을 못하자 중원까지 내려가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임무도 맡았다. 이집트 선제골의 시작이 된 손흥민의 롱패스는 압권이었다. 그야말로 '축구 도사'의 경지에 오른 듯한 경기력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대단했다.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에서는 환상적인 프리킥골을 잇따라 터트리며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2경기 연속 프리킥골을 작성한 선수로 기록됐다.

4연전 동안 손흥민 못지 않게 자주 등장한 이름이 있다. 이번 A매치 소집 명단에 포함되지도 않은 김민재다.

김민재는 후방 빌드업의 주축이자 유럽 선수들과의 경합에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 탈압박 능력, 스피드, 롱패스 능력까지 갖춰 '괴물 수비수'로 불린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이번에 소집되지 못했다.

김민재가 빠진 벤투호는 브라질전부터 수비가 크게 흔들렸다. 상대의 강도 높은 압박에 허둥대다가 5골을 헌납했다. 브라질 공격수들 앞에서 벤투호 수비진은 속수무책이었다.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에서도 수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칠레전에서는 후반 초반 상대 선수가 한 명 퇴장당했는데도 경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파라과이전에서는 수비진에서 잇따라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고, 후반 중반까지 0-2로 끌려다녀야 했다.

김민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4연전이었다. 그러나 김민재가 돌아와도 본선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주전과 비주전 간 실력 차를 극복할 플랜B가 필요하다. 본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벤투 감독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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