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충격에 "정책수단 총동원" 외쳤으나...마땅한 카드가 없다

입력
2022.06.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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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한은·금융위 등 긴급 대응 나서
전문가들 "마땅한 정책 수단 없는 상황" 
미 기준금리 인상 예고, 우리도 발맞춰야
금통위 내달 13일에야 열려 한달 시차

물가 급등과 기준금리 대폭 인상이라는 미국발 쇼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정책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그러나 외부에서 밀려오는 대형 악재를 점검(모니터링)하는 것 외에 당장 내놓을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물가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자 부담 급증에 따른 서민 고통 가중 등도 외면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 소식을 접한 14일 오전, 국내 금융시장이 개장과 동시에 충격에 휩싸이자 정책당국은 일제히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서 금융·외환 시장 불안이 중첩된 현재 상황을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모든 정책수단에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앞서 방기선 1차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 TF’를 열고 국고채 긴급 바이백 조치 등 금융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백은 기재부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만기가 남은 국고채를 사들이는 조치로, 대표적인 금융시장 안정 대책으로 꼽힌다. 기재부는 최근 10년 만에 금리가 최고치로 오른 국고채 3년물을 15일 바이백을 통해 3조 원어치를 매입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해당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도 시장 긴급 점검에 나섰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필요시 시장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금융감독원 등과의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해외발 악재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당장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최소 0.5%포인트 대폭 인상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대응책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해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미국의 물가 폭등과 이를 잠재우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자본 이탈을 막을 수 있는데, 이를 결정할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다음 달 13일에나 열린다. 최소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달 가까이 국내 금융시장이 동요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전문가들도 현재로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외 다른 대안은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5월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1년 전보다 5.4%나 올라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만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려고 해도 현 시점에서 쓸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은 기준금리 인상 외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도 “지금 해야 할 조치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국내 은행이나 금융시장 부실화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 증가와 관련한 보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한은이 긴축에 나서면 경기가 나빠지고 소득이 낮은 서민들은 더 어려워진다”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기재부 등 재정 당국의 미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