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력격차 계속되는데 교육당국 손 놓았나

입력
2022.06.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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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등교 수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벌어진 중고생의 학력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과 고2 학생들의 주요 과목 학력이 코로나19 전보다 낮게 나타났다. 비대면 수업 1년 차였던 2020년의 코로나19발 학습 결손이 회복되지 못한 채 작년까지 이어진 건 공교육의 위기다.

고2의 경우 국어 7.1%, 수학 14.2%, 영어는 9.8%의 학생이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했다. 1년 사이 각각 0.3%포인트, 0.7%포인트, 1.2%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 국어, 수학, 영어 기초학력 미달 고2 비율이 각각 4.0%, 9.0%, 3.6%였던 것과 비교하면 심각하다. 국어가 보통학력 이상인 고2 비율은 지난해보다 5.5%포인트나 떨어진 64.5%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3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국어와 수학에서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작년보다 각각 1%포인트, 2.1%포인트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하위권은 늘고 중상위권은 줄어든 것이다.

방과후 교과보충 프로그램, 교사와 학생 1대 1 학습컨설팅, 지역 강사 소규모 학습보충 등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효과가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육부는 우선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9월부터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하고, 평가 대상을 2024년까지 초3~고2로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컴퓨터 기반 평가를 올해 처음 해보고, 정말 필요하다면 고민을 더 해보겠다”고 밝혔다.

기초학력 회복이 시급한 만큼 공교육의 체계적 진단평가가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보수성향 교육감 8명이 당선됐고, 진보 교육감 대표주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학력 진단 필요성에 공감했으니 여건은 갖춰졌다. 다만 진단평가가 지나친 ‘줄 세우기’와 사교육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하지 않다. 이런 부작용 없이 학력을 끌어올릴 묘수를 정부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